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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Feb 24. 2022

당신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셨군요.

뒤늦게 첫사랑에 빠진 나는 달달함의 극치를 달리며, 온 세상이 핑크빛이라는 말을 체감하며 살았다. 공주님 산책 가자는 말에 내가 정말 공주가 된 줄 알았고, 녹일듯한 미소로  나를 사랑스럽게  봐 주던 그에게  완전히 녹아 있었다. 내가 그의 차를 타면, 이미 내가 좋아라하는 노래가 셋팅되어 있었고,  내가  눈길 준 쇼윈도의 옷들은 어느새 포장되어 내 품에 안겼다. 사랑이  이런거구나. 이리 폭신 폭신하고 솜털같은 걸 난 왜 이제야 빠진거지라고 후회 할 찰라 모든것은  끝나버렸다.



그 놈 양다리.



왠지 그 나이에  모친과 노래방에 간단것도 이상했고, 여동생과 시장구경 한단것도 , 거래처 일이 생겨 갑자기 간단것도 하나 둘 아귀가 맞기 시작하면서 반면에 우리 사인 쩌억쩌억 갈라졌다.  이 인간은 아니란 걸 알면서도 그 달콤함의 추억은 진심이었을꺼라는 나의 망상이 이별을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고 끌려가는 찰라   그를 잊지못해 건 전화에 그 놈의 한마디. "힘들땐 전화 해."  진짜 나쁜 놈.  두 달 뒤 그가 돈 넘쳐나는 여자분과 호화롭게 결혼을 했다는 소리에 다시 한 번 무너져내린 가슴은 시간이 흘러도 깨끗이 아물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 이별에 힘들어 하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를 만나다 보니 내 첫사랑 기억이 스믈 스믈 올라와 이별에  힘들어 하는 남자와  쉼  없이 옛 연인들의 이야길 나누다 보니  이젠 같이 우리의 앞으로의 삶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전화가 울린다. 내 친구다.
뭔가 신나는 비밀을  알려줄 요량이란듯이  살짝  흥분 된 친구 목소리가 들린다.
뭔 일이냐고 무심히 묻는다.
첫사랑 이야기란다. 세월이 그리 흘렀지만 귀가 쫑긋 선다. 돈 많은 여자 만나 본인 하던 일도 다 접고 서울 가 사업했던 그가 7년만에 아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단다. 그 여자가 바람이 났는데 아이는 못 키우겠다해서 그 남자가 데리고 와 지금 모친집에서 지낸단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그 인간이 내 소식을 물었단다.  
첫사랑은 나와 나이차가 있던 사람이라 아마 내가 그때까지 혼자였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나보다. 친구가 말했다. 지금 쌩쌩하고 잘나가는  연하남편 만나  해외에서 떵떵거리고 산다고......그건 아닌데.  어쨌든 살고는 있으니 다 거짓은 아니다.



전화를 내려놓으니  남편이 왜 그리 실실 웃냐고 묻는다. 난 키득 키득 신나 웃으며 말한다. 너무 꼬셔서 웃음밖에 안나온다고, 나한테 뿌린대로 고대로 그 놈이 받았다고 너무 신난다고.

남편이 말한다.
넌 진짜 사랑한게 아니구나.

나는 묻는다.
자긴 옛 여친 잘 사는게 좋아?


남편이 답한다.
난 그녀가 행복했음 좋겠어......




이런..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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