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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Feb 24. 2022

나는 아시아인이다.

시작은 


도전, 희망, 낯설음. 두려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침묵


거부


무시


하찮음


불공평


서러움


억울함 그리고 눈물


결국엔 우울



이 단어들은  마지막 학생비자 턱걸이  시점인 스믈 아홉에 영어를 배우기로 마음 먹고 떠난, 시드니에서의 축약된  나의 감정들이다. 그러나 이 감정들에 더  이상의 억울함과 분노, 우울은  없다. 내가 저지른 업들에 대한 댓가를 치룸이었기 때문이다. 난 그 댓가를 내가 했던 짓들만큼 고스라니 되받았다.



부끄럽지만 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난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것도 느끼지 않는, 자각없고 줏대없는 인종차별주의자였다.


길가다 흑인을 보면, 그들의 생김새와 피부색을 기괴함으로 느끼며 피해갔었고, 동남 아시아인들은 더럽고, 미개한 범죄 예정자들이란 안경을 쓰고 그들을 피했다. 특유의 그들만의 체취는 역겨움으로 치부 해 버리며, 늘 최대한 거리를 두었다. 행여나 그들이  내게  말이라 걸어올라치면, 영혼부터 끌어올린 거부감으로 그들을 대면했다.


  백인들이다. 파리한 핏줄이 보일만큼 희다. 선진국  사람들, 문명인이며,그리스 신화에 나온 신들의 모습을 한 그들이다.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게다. 선망의 대상처럼 바라보며, 행여나 그들이 내게 말이라도 걸어 올라치면, 영혼부터 끌어올린 친절로 그들을 대면했다.



 아무도 내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 없다. 아무도 내게 이런 생각들을 주입시키지 않았다. 그저 살아가며, 그들에 대한 다른이들의 태도를   아무 비판없이  흡수하며, 그게 진실이고 정상인거라 여겼다. 마음속 선을 긋고 그들을 내 마음대로 나누고  있었다.



이젠 내가 당할차례다.


비자심사관은 시드니에 더 머무르고 싶은 날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삐딱하게 앉아 반쯤 뜬 의심 찬 눈으로 바라보는  그에게 최대한 건실하고 착하게 보여야한다. 서류에 도장이 찍힌다. 휙 날리듯 던져진 여권을 주섬 주섬 챙긴다.



길을 걷는다. 부랑자다. 눈빛이 매섭다. 그를 피해 슬쩍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그가 소리친다. "Go back  your country!!!"분노와 경멸에 찬 그의 목소리가 거리에 퍼진다. 



 커피가 마시고 싶다. 점원이 말한다. "I don't  understand ." 다시 용기내어 말한다. 점원이 던지듯 메뉴를 준다.  나는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손에 쥐어진 따뜻한 카페라떼는 내 속에 들어와 얼음으로 변한다.



 기분전환 할겸 친구와 클럽에 가기로 했다. 한껏 치장을 한다. 음악소리가 클럽 앞 거리를 채운다. 신나는 음악소리는 낮에 겪었던 억울함들을 씻기는 듯하다. 우리는 입구를 향해 들어가려한다. 갑자기 경비원이  막는다. "No!!! Asian" 다시 울컥한다.  내 귀에 더이상의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경비원은 손가락으로 길건너 가게를 가르킨다. 아시아인들이 몰려있는 가게.



 일자릴 찾는다. 정규 월급에 반만이라도 받는다면 그건 횡재다. 종일 일한다. 종일 멸시받는다. 종일 눈치를 본다. 최저 임금의 반에 반도 안되는 임금을 쥐고, 아시아인들이 모이는 거리  속으로 들어온다.



 지난 29년간 그들에게 저질렀던, 침묵의 차별을 고스라니 받아 낸 나의 일년 반의  시드니에서의 삶. 




나는 아시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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