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수리마수미 Feb 24. 2022

차마 전하지 못 한 세 글자

그와 그녀의 입장차이

그를 만난 건  새 학기의  동아리방이였다. 늘 새 것 같은 흰색 반팔티에   살짝 헤진듯한  리바이스 501청바지, 아이보리 빛 나이키 운동화, 자연스레 컬이 든 갈색의 머리카락. 무엇하나 빠질것 없는 옷차림에 쌍꺼풀 없는 선한 눈을 가진 그가 거기있었다. 내가 동아리방 문을  밀치면 선배가 늘 거기 있었다.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그럼 나는 무심한듯 그의 옆에  앉아주는 센스를 발휘 해 주었다.  선배도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웃으면 그는 따라웃어주었다. 아마 나의  쾌활한 성격에 수다를,  말이 없던 그는 즐기는것 같았다.  



 동아리팀들이 학교 앞  막창집에서  단합대회를 가지기로 했다.  그 시간 아르바이트가 있어 참석하기 힘들다고 하는 나를 선배가 바라본다. 그의 쑥스러운 눈빛에 내가 미소로 답하니 선배는 환하게 웃어주었다. 동기들과 선배들은 간만에 모임인데 단합도 할 겸 아르바이트를  미루고 참석하라 하지만, 차마  미룰수 없는 아르바이트라 난감 해 하는  내 앞에 그 선배가 다가온다. 내 입장 난처하게 억지로 사람 붙잡지 말라며 내 편을 들어준다. 아...선배.



 다음날도 난 동아리방을 지키는 선배곁에  슬며시 앉았다. 그리고 선배에게는 관심 없다는 듯 다른 동기들에게 수다를 떨어댄다. 한참을 듣고만 있던 선배가 자기 가방을 뒤적이더니 커피캔을  건넨다. 아무말 하지 않는다.  다만 눈빛으로 마시라고 전한다. 난 고갯짓으로 알았노라 하고 커피를  한 쪽으로 치워두었다. 선배는 커피캔을 슬쩍  따  다른 동기들이 볼새라 내 자리로 밀어준다.



 그 날밤 우리들은 막걸리집에 다시 모였다. 선배가 군대를 간단다. 눈치만 보던 내 사랑, 무너지는 소식에 눈물이 아른거린다.  아픈 이 마음을 술로 채운다. 우리는 어느 누구의 제안으로 입영하는 선배에게 하고싶은  말을 나누는 것을 마지막으로 끝잔을 들기로했다. 술에  쩔은 나는 혀가 꼬여 도저히 말을  할 수 없다. 선배 역시 진탕 마신 술탓에 눈이 풀려버렸다.나는 그의 손바닥을 펼친다. 그리고 이렇게 적는다. 사..랑..해.. 




 술에 취해 뻗어있던 선배는 내 글에 마음이 들킨듯  뻗어 있던 몸을 일으켜  황급히 손을 뺀다.  그리고는 뭔가 다짐한듯 내 손을 낚아채듯  다시 잡는다. 그리고 이렇게 쓴다.  


사..라...


선배는 있는 정신  바짝 차려 글을 써 내려 가는가 싶더니 나를 안으며  픽 쓰러진다. 나는 조용히 속삭인다. 알아요. 선배 마음...


처음 그녀를 만난 건  새 학기의  동아리방이였다. 늘  목덜미 파운데이션이  피부색 마냥 묻은 흰색티에  많이 헤진듯한  리바이스 505청바지,  저럴거면 검정색을  신고 다니지란 말이 나올법한  과거에는 흰색이였을 나이키 운동화,  뿌리염색이 시급한 컬이 든 연갈색의 머리카락, 무엇하나  다 내 눈에 안드는 옷차림에 쌍꺼풀 큰 멍한 눈을 가진 그녀가 거기있었다. 내가 동아리방에 앉아 있으면 그녀가 늘 온다. 마치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었다는듯이, 내 시간표 조사했나?  그럼 나는  빈다. 제발 내 옆에  안지마라.  안지마라...


하...또 앉는다. 하고 많은 자리 중에  맨날 내 옆에만 앉으니 동아리방 식구들이 이젠  내 옆에 자릴  비워둔다. 내가  싫다는 눈치를 그렇게 줘도 그녀는 참 눈치 없다.  


나는 그녀가 웃으면 따라 웃었다. 워낙 말이 많아 일일이  답하기 귀찮을 땐 웃어주는게  장땡이다.



 동아리팀들이 학교 앞  막창집에서  단합대회를 가지기로 했다.  그 시간  그녀는 아르바이트가 있어 참석하기 힘들다며 나를 바라본다.  그녀가 참석 할 수 없단 말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나를 그녀가 바라보며 웃는다.


동기들과 선배들은 그녀에게 간만에 모임인데 단합도 할 겸 아르바이트를  미루고 참석하라 하지만, 차마  미룰수 없는 아르바이트라 난감 해   한다.  안되겠다. 이러다 그녀가 참석하는 날에는  또 내 옆에 앉아 진상을 필 게 뻔하다. 난 입장 난처하게 억지로 그녀를 붙잡지 말라며 보내주자 말한다. 아...티나진  않았겠지.


 다음날도 그녀는 역시나  동아리방에  널린 자리를 두고 내곁에 앉았다. 그리고 나 들으라는듯 다른 동기들에게 수다를 떨어댄다. 그녀는 이도 잘 안 닦나보다. 오늘은 뭘 먹었길래  몇 년  묵은  젓갈 냄새가 입을 뗄 때마다 진동을한다. 이러다 저 입냄새에 내가 죽을수도 있겠다 싶다.  고민끝에 가방을 뒤적여 커피캔을  건넨다. 아무말 하지 않는다.  다만 눈빛으로 마시라고 전한다. 그녀는 헤벌쭉 벌린 입으로 알았다는 듯 받더니 커피를  한 쪽으로 치워두었다. 마시라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예의상 이건  차마 못할짓이기에, 나는 커피캔을 슬쩍  따  다른 동기들이 볼새라 그녀 자리로 밀어준다. 제발 마셔라. 커피향으로 중화라도 시켜라!라는 심정으로 눈짓을 보낸다.



 그날밤 우리들은 막걸리집에 모였다. 입영통지가 날아든 나를 환송하는 자리이다.  모두가 부어라 마셔라 하던 와 중  어느 누구의 제안으로  서로에게 하고싶은  말을 나누는 것을 마지막으로 끝잔을 들기로했다. 술에  쩔은 그녀는 혀가 꼬여 도저히 말 못할 상황임에도 기어코 내게 할 말이 있단다. 나 역시 진탕 마신 술탓에 눈이 풀려버렸지만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이 앞에서 할 지 겁이나 괜찮다 하지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녀는 허공을  가르는 내 손을  낚아채듯 잡더니  기어코 내 손바닥을 펼친다. 그리고 이렇게 적는다. 사..랑..해.. 술에 취해 뻗어있던 나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켜  황급히 손을 뺐다. 그리고는  다짐한다. 이렇게  끝을 보고 갈 순 없다.  그녀의 손을 낚아채듯  다시 잡는다. 그리고 이렇게 쓴다.  


사..라..


나는 있는 정신  바짝 차려 글을 써내려 가는데 그녀가  괜찮다며, 다 안다고 나를 팍 안는다.  나는 꼬인혀로 최선을 다 해 소리친다.




사라져.


사라져.


제발 내 눈 앞에서 사라지라구.



작가의 이전글 나는 아시아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