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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Feb 24. 2022

커피향 품은  블랙의 그대 만나

그는 내게 절로 미소를 부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그는 다소 덩치가 있다. 그는 블랙을 즐겨 입는다. 그가 입을 열면 늘 온몸 감싸는 커피향을 주위에 풍긴다. 그런 그를 작년 초 그러니까 코로나가 터지고 한두 달 후 만났다. 사실 몇 해 전부터 지인은 내게 그를 소개해 주겠다 했다. 나는 그런 만남은 별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며 극구사양했다. 사실은 그랬다. 그를 만나려면 목돈이 있어야 했다. 그리 멋진 그는 내게 돈을 요구했다. 큰맘 먹고 주면 그만이긴 하나 내게는 그런 배포가 없었다.

하지만 억누르는 감정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중년 아지매 마음에 불을 지폈다.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난 다음날 내 마음을 알아줄 이가 필요했다. 

문득 그가 생각났다. 

연락할까? 

말까?

내가 이래도 되나? 

뭐 어때?

다른 사람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게 뭐 있어... 

이때껏 충실히 살았잖아. 이 정도 일탈도 못해? 

온갖 마음의 소리들이 중구난방 튀어나왔다.

결국 터져버렸다. 

참고만 있고 바라만 보던 그를 나의 욕망은 참지 못하고 어느 순간 내 손에 들려진 폰으로  그의 연락처를 미친 듯 찾고 있었다. 지인이 준 그의 연락처가 있었다. 언제든지 필요할 때 연락하라는 그가 바로 내 부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후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한 그는 역시나 돈을 요구했다. 완전히 그에게 미쳐버린 나는 이젠 돈 같은 건 아무 상관 없는 무아지경이 되어버렸다. 난 남편이 없는 시간에 와야 한다며 지인에게 신신당부했다. 지인은 미소를 흘리며 그러겠노라 약속했다. 내 심장은 쿵닥쿵닥 온몸은 찌릿찌릿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은 뒤로하고 그를 만날 생각에 설레고 있었다.

 지인과 함께 그가 온다. 나는 허겁지겁 단장을 한다. 

맞다. 돈! 돈 봉투를 챙긴다. 제법 두둑한 봉투 안의 현금다발이다. 지인과 함께 왔던 그는 아파트 리셉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살짝 초췌해 보이는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그윽하게 나를 보는듯했다. 지인은 돌아갔다. 

그와 나는 집으로 들어온다. 

처음 보는 사이이나 나는 예를 갖춰 조심스레 그의 옷을 벗겼다. 훌러덩 벗겨진 자태의 알맹이가 이리 경이로울수가!   은은한 광채가 난다.  뭔가 신성함이 느껴진다.  나는 전혀 부끄럽지 않으나 내 손에 의해 벗김을 당한 그의 잔해들이 오히려 민망해  하는듯하다. 난 역시 용감한 아줌마인가 보다. 그는 물을 찾는듯했다. 난 통 가득 물을 채워 그에게 주었다. 그와 나의 어색함을 깰 커피!!! 커피가 필요했다. 미디움으로 볶아 향이 그윽한 색 고운 원두를 그에게 넉넉히 내민다. 그는 넙죽 받아 게걸스레 삼켜버린다. 순간 커피향이 그의 몸 전체를 감싸며, 내게까지 전혀 져 온다.

 남편은 주말에 돌아온다. 그 사이 며칠 동안 나는 온전히 그를 누릴 수 있으리라. 며칠, 그 며칠은 꿈만 같았다. 우린 새벽부터 만났다. 온 커피향이 새벽부터 집안 가득해진다. 비 오는 날은 그의 향기가 더욱더 나를 미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린 선은 넘지 않기로 했기에 밤에는 만나지 않았다. 밤에 그를 취한다면 난 아마 심장이 터져 잠 못 이루는 날을 보낼것이기에...

 남편이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낯선 향이 난다한다. 역시 개코 가진 남편은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본다. 설마...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난 남편의 눈빛에 기죽어 실토 해 버린다. 남편은 그가 숨어있는 부엌으로 허겁지겁 달려간다.  그리고 그를 지그시 눌러  제압 해 버린다. 

좀 살살하지... 

우우웅~~~샤아악~~~찌이익~~~쫄쫄쫄 

그리고 커피향이 온 집안에 퍼진다.

 그렇게 남편과 나의 몰래 들인 

커피 머신과의 동거시작!

연신 돌아가는 블랙핏의 광채뿜는 커피 머신.

진작 만났어야했다며,

 오늘도 남편과 나의 커피  홀짝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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