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끝내고 음식물 쓰레기 통에 물기를 빼낸다. 비닐봉지 하나 꺼내 음식물 쓰레기를 탁 탁 털어 버린다. 먹다 버린 물에 불은 식빵, 무쳐놓았다 다 먹지 못한 쉬어빠진 나물, 욕심내서 만든 맛없어 남긴 떡볶이, 맥주와 함께 먹었던 알싸한 마라탕 찌꺼기 등등 작은 비닐에 묵직하게 음식물 쓰레기가 봉인된다.
화장실로 간다.
수채 구멍에 낀 머리카락과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찌꺼기들이 뭉친 덩어리를 휴지로 싹싹 닦아 쓰레기통에 담는다. 한 달 한 번씩 하는 그날이라 뒤처리 한 쓰레기도 누가 볼세라 휴지에 꽁꽁 싸서 휴지통에 버린다.
아이의 방으로 간다.
그림 그리기, 만들기 하다 나온 찌꺼기들 다 쓴 문제집, 방에서 먹고 버린 우유갑 등 휴지통에 담는다. 택배에 딸려온 포장지들 박스들도 휴지통에 담는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덮어쓰고 한가득 분류된 쓰레기를 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행여 함께 탄 이가 쓰레기를 보고 불쾌해할까 싶어 쓰레기봉투를 엉덩이 뒤로 쥐고 벽 쪽에 붙어선다.
쓰레기장 문을 벌컥 연다.
쓰레기를 버리려는 찰나, 눈이 마주치며 화들짝 놀란다. 냄새나고 더럽다 여기는 이 장소에 누군가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기에 내 반응은 쓰레기를 뒤지던 이 또한 놀라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들은 내 쓰레기를 뒤질 것이다. 물기 뺀 음식물 쓰레기봉투도 열어볼 것이며, 행여나 멀쩡한 봉지에든 음식이 있으면 따로 준비한 가방에 담아 갈 것이다. 그날이라 꽁꽁 싸맨 종이도 풀어보며, 저 집 여자가 그날이구나 할 것이다. 아이가 그리다 만 종이를 펼쳐보며 이 집 아이는 그림을 이리 그리나 할 것이다. 택배 포장지를 보며 오늘은 이 물건을 샀군 하며 박스를 챙길 것이다. 그들은 바로 아파트에 고용된 청소부들이다.
처음 베트남에 와 이런 일을 겪었을 때 놀람과 그들이 내 사생활을 쓰레기로 통해 다시 펼쳐봄에 기겁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사생활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나에게 가치 없다 버린 물건과 음식들이 하루하루 어렵사리 생계를 이어가는 그들에겐 하루 먹을거리, 입을 거리, 쓸거리를 득템 하는 보물상자라는걸 후에 알았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 행여나 먹을 수 있는 것들은 따로 깨끗한 곳에 담는다. 화장실에서 나온 쓰레기란 걸 알 수 있게 투명한 비닐에 담는다. 입지 않는 옷들과 아이의 장난감들을 종이가방에 담는다. 나의 쓰레기를 탐색하는 조금은 불편하고 애처로운 그들의 삶에 부디 좋은 향이 스미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