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오랫동안 베트남에서 살았다. 아이가 본 청소부의 개념은 아파트 아래 있는 쓰레기장에서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를 정리하는 관리인들을 본 게 다이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사는 게 녹록지 않은 베트남에는 쓸만한 것들을 건지기 위해 쓰레기 뒤지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힘든 삶을 사는 그들의 행색 또한 좋을 리가 없다. 아이는 아빠가 그런 청소부가 되겠다 다짐하니 눈물 콧물 쏟아내며 절대 하지 마라 오열한다.
베트남의 아파트 내 청소 관리인들은 대부분 쓰레기를 뒤진다. 내가 살던 아파트의 쓰레기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내가 버린 물건들을 누군가 들고 다니는 걸 보면 얼굴이 얼마나 화끈거리는지 모른다. 버린 쓰레기들 안에는 우리 집의 비밀 아닌 비밀들이 가득 차 있다. 어젯밤 아이 몰래 마셨던 찌그러진 맥주캔, 오래 입어 구멍이 난 색 바랜 속옷, 달마다 있는 그날이 되어 버린 생리대, 강아지들이 응가 한 패드 등등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쓰레기 뒤지는 일이 당연하게 일어나다 보니 내가 들고 가는 쓰레기봉투만 봐도 청소부들은 달려든다. 특히 한국인이 버리는 쓰레기에는 건질 것이 많다는 생각에 마담!이라 부르며 내 손에서 쓰레기봉투를 낚아채고 대신 버려주겠다는 그들을 만날 때면 얼굴까지 서로 알게 되어 더욱 민망하다. 한동안 이런 화끈거림을 피해보려 해도 안 뜬 새벽이나 한밤중, 모자를 푹 눌러쓰고 쓰레기 버리러 나간 적도 수두룩하다.
분리수거가 정착되지 않은 베트남에는 한 봉지에 음식물 쓰레기, 종이, 비닐 등등 온갖 쓰레기들이 들어간다. 나 역시 오랜 베트남 생활에 길 들여지다 보니 한꺼번에 쓸어 담아 버리는 편안함이 죄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들을 직접 보게 되면서 최소한의 분리수거에 들어갔다. 음식이나 쓸만한 물건은 따로 담아 쓰레기장 한편에 두면 청소부들이 온갖 더러운 속을 뒤지지 않아도 된다 생각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아이는 내가 하는 행동을 쭈욱 지켜보며 자신의 물건을 버릴 때에도 신경을 썼다. 오래된 속옷은 가위로 잘라 신문지에 싸서 버렸고, 부서진 장난감이나 종이류들을 내가 준비해 둔 종이가방에 챙겼다. 그리고 함께 외출하는 길에 쓰레기장에 버리고 가는 일상을 지내다 보니 청소부는 남들이 쓰다 버린 물건을 뒤지는 일로 여기고, 아빠가 그런 일을 하겠다 하니 오열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한동안 아이에게 설명을 해야 했다. 세상은 공평하지만은 않기에 어딘가에서는 삶이 힘들어 먹고살기 위해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지만 아빠가 도전하는 일은 먹을 것을 뒤지기 위해 청소부를 하는 것이 아닌 지구를 살리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말이다. 아이는 영 못 알아들을 소리 하는 우리를 뚫어지게 바란 본다. 아무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그냥 둔다면 우리 동네는 쓰레기장이 되고 벌레들이 들끓고 냄새나는 길거리라 될 거라고, 아빠가 할 일은 이런 것들을 나서서 치우고 거리를 깨끗하게 해서 사람들이 기분 좋게 생활하고 지구도 깨끗하게 해 주는 멋진 일임을 한참 설명했다. 그리고 월급도 받아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과 옷도 사줄 수 있다며, 지구도 살리고 우리도 잘 사는 서로 서로에게 좋은 일임을 말이다. 다른 건 모르겠으나 옷 좋아하는 아이는 예쁜 옷을 사줄 수 있단 말에 씩 하고 웃는다.
아이의 허락까지 떨어졌겠다 이제 남편은 환경 공무직 지원서를 작성하고 각종 필요한 제출 서류들을 챙기는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