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줍인

by 수미

코로나가 시작되며 집안에 갇혀있는 시간이 많아진 나는 평소 꿈만 꾸던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하였다. 글을 꾸준히 써보겠다는 생각으로 하나 둘 모인 사람들의 수는 의외로 많았고, 서로의 글을 공유하며 공감, 지지, 조언 등이 오고 가는 것 또한 좋았다. 또한 꾸준한 운동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글동지, 뚝딱뚝딱 해내는 음식으로 나의 저녁 메뉴를 결정해 주는 글동지, 다양한 책을 소개하며 미처 알지 못한 지식을 전달해 주는 글동지, 자신의 삶을 담담히 적어내며 동질감을 불러일으키는 글동지 등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주기에 쉽게 그만두지 못하고 수개월을 참여했다. 특히 남편이 '환경 공무직'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그즈음 환경운동에 진심을 보이는 tv양쌤의 '쓰줍인'이라는 피드가 유독 나의 눈길을 끌었다.

쓰레기 줍는 사람의 줄임말인 '쓰줍인'은 자발적 환경지킴이를 일컫는다. 타국에 살며 한동안 하지 않았던 분리수거를 다시 하는 일을 영 귀찮게 느끼며, 내 공간만 깨끗이 유지하고 남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 게 최선이라 여긴 한정된 사고를 하는 나에게 다른 이들을 생각하고 넓게는 지구의 안녕을 위하는 행동은 결코 소소한 것이 아니었다. 남편에게 이런 내용을 공유하며 함께 '쓰줍인' 대열에 끼어보자 했다. 남편 역시 '환경 공무직'에 도전하기로 마음도 먹었겠다 미리 집주변의 거리환경도 살펴보고, 비록 청소부들이 하는 일과 같을 순 없겠지만 만 분의 일이라도 체험해 본다는 생각으로 함께 쓰레기 줍기를 시작했다.

새벽,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돌아오는 남편의 손에는 담배꽁초가 가득 담긴 비닐이 들려있다. 거리를 다니며 저리 많은 꽁초를 본 기억이 없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그리 주워왔냐니, 집 주변에 있는 작은 공원 벤치에 널린 게 담배꽁초라며 남편도 이 정도로 많은 쓰레기가 널브러진지 몰랐다 했다. 남편이 1차 체력시험 준비를 위해 운동하러 간 사이 아이와 나는 집 앞 가게에서 집게와 장갑을 구입했다. 한 손에는 비닐봉지를 들고 대낮에 길을 나서려니 왠지 뻘쭘하긴 했지만, 쓰레기를 줍는 아이에게 칭찬 세례를 쏟아내는 동네 할머니들 덕에 아이도 나도 신이 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봉지에 쓰레기를 채웠다. 깨끗해진 주변을 보며 뿌듯해하는 아이에게 아빠가 하려는 일이 이런 일이라며, 만약 아빠가 취업이 되면 아빠는 직장에서 쓰레기를 하루 종일 치워야 하니 우리 둘이는 동네 어귀를 꾸준히 치워가자 했다. 길가는 사람들의 칭찬에 한껏 사기가 오른 아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할꺼라 했다. 이후 며칠 뒤 또 다른 글동지들이 아이들과 '쓰줍인' 활동을 한다는 글을 읽고 누군가가 시작한 작은 선행이 번지고 번져 언젠가는 큰 빛을 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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