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낌새
다행이다. 이 시국에 또 일하러 간 건 아닌지 마음이 쓰였는데,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 엄마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집에 있으면 답답해하는 거라지만, 엄마의 노동량은 노년의 지루함을 해소할 만큼의 노동량의 몇 배를 넘어서는 사투와 같음을 나는 안다.
일하러 가는 엄마의 작은 가방에는 늘 삶은 고구마 와 계란이 몇 알 담겨있었다. 누군가에게 몸 관리의 식단이나 엄마에게는 한 끼 해결의 수단이었다. 초라한 엄마의 점심에 그리 돈 아끼지 말고 맛난 거 사드 시라 역정 내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르고 몸에 도 좋다 웃어넘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언니를 통해 들은 엄마의 점심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엄마의 수단이었다. 남들이 식당에서 시킨 한 상의 밥이 드시고 싶은 적도 많았다는 고백을 병원에서 들은 언니는 한동안 고게 숙여 울기만 했다. 그리고 엄마의 말을 고지 고대로 들은 어리석은 나는 냉장고에 나뒹구는 계란과 고구마를 볼 때마다 엄마의 배고픔을 떠올리는 벌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