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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Feb 25. 2022

여기저기 앓는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1장 기록

  남편 회사 역시 수출길이 막히며 넉넉하지 않은 월급은 더욱더 쪼그라들고 필요하지 않는 인력들은 강제 귀국 명령이 떨어졌다. 한류를 등에 업고 물밀듯  들이닥치던 한국 가게들도 열던 문을 무기한으로 닫았다. 사람들이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은 더 늘어났으 며, 좁은 공간 서로 부딪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목소 리가 높아지는 집도 늘어났다.  


  한 밤이었다. 창문으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 다. 한참이 지나 심상치 않은 비명이 들리고 뒤따라  오열하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아파트 단지를 뒤덮었다. 지인의 아이였다. 그날을 필두로 내 귀에 끊임없 이 죽음을 전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코로나로 인한 사업 침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집안에만 머문  어떤 부인의 우울한 죽음, 넘치는 일에 과로한 가장의  죽음 등 손바닥만 한 교민사회에서 전해지는 죽음은  한 다리만 건너면 누구네 집인지 다 알 수 있기에 그들의 죽음을 전해 듣고 애도를 표하는 일은 당연했으 나, 나는 그 당연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두려웠다. 아이를 잃은 엄마와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만 하다 피해버렸다. 우연히라도 마주 칠 때면 나는 당신이 아이를 잃은 사실을 모릅니다라 는 태도를 취하며 인사를 나눴다. 내심 그녀도 내가  모르고 있길 바랄 거라 합리화했다. 남편을 잃은 지인 을 만나는 일도 힘들었다. 하늘길이 막혀 유골조차 한 국으로 보내지 못하고 집안에 모셔 놓은 유골 앞에서 차를 마시는 일은 이 나이 먹도록 가까이서 죽음을  경험한 적 없는 내게 너무 낯선 풍경이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남편을 형처럼 따르던 후배가 오토바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나의 혼란스러움에 남편의  친동생 같은 후배를 잃은 우울을 받아내는 일과 한참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할 시절에 집에만 갇혀 조그만  모니터 속 수업만 듣고 있는 아이의 투정을 받아내는  일만으로도 주저앉고 싶었다.  


 나만의 힘듦에 빠져 허우적 되던 2020년 한 여름  는 엄마를 잊었다. 오도 가도 못하고 집안에 묶여 홀 로 지내는 엄마를 깨끗이 잊어버렸다. 가끔씩 울 는 엄마의 안부 전화조차 바닥치는 우울함의 목소리 로 받고는 나를 걱정하는 엄마에게 오히려 짜증만 냈다. 내 마음만 보느라 외로움에 지쳐 있는 엄마를  지 않았다. 2020년의 코로나가 더욱더 기승을 떨치 는 뜨거운 여름, 엄마는 그렇게 철저히 혼자가 되어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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