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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Feb 27. 2022

숨은 냥이 찾기

우리보다 조금 더 따뜻한 고양이의 시간/ 글. 사진 진소라/ 야옹서가

베트남에 살던 시절 길거리를 누비는 고양이와 개를 보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였다. 특히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고양이 아줌마라 불리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 곁을 줄 서서 따라다니는 고양이들이 넘쳤다. 할머니를 잘 따르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이 신기하여 호기심에 다가가노라면 바닷물 갈라지듯 줄행랑치는 고양이들 통에 할머니를 뵙기 민망했던 적도 있었다.  할머니는 고양이들에게 끼니를 챙겨주신지 오래라 했다. 그리고 가끔은 잦은 임신을 하는 고양이를 데려다 중성화 수술도 시킨다 했다.  오늘 펼친 책 <숨은 냥이 찾기>의 작가님은  잠시 잊고 있던 눈빛 선한 베트남 할머니를 떠오르게 했다.



고만고만하게 생긴 아이들을 구별하고 각각의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만들어 다정히 불러주며, 먹거리를 챙겨주는  모습은  웬만한 관심과 정성이 아니고선  실천하기 힘든 일이다.  길거리 작은 미물에게도 연민의 마음을 가지는 작가와 할머니는 분명 섬세하며 따뜻한 마음결을 지녔음이 분명하다.

작가는 갑자기 얻은 난치병으로 모든 일을 그만두고 투병생활을 하던 중 풍경 사진  속    등장한 고양이를 보며 길고양이들의 삶에 발을 들였고 이제는 이렇게 책까지 낼 정도의 길집사가 되었다 한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은 길집사라는 단어가 친근할 것이나 고양이만 보면 덤벼들려는 두 마리의 강아지 덕에 고양이에게 곁을 주기 힘든 나는 책에 나오는 고양이 관련 용어들이 낯설기도 했다.

고양이 체온: 38.5도

TNR: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후 제자리에 방사하는 일

길 집사: 길거리 고양이들을 돌보는 사람

동물 이름으로 음식 이름 붙이기: 장수한다는 썰이 있음

길고양이의 독립 시기: 대략 4개월쯤

바다 고양이가 눈을 감고 있는 이유: 세찬 바다의 짠 바람을 피하기 위함

묘르신: 나이 든 고양이를 칭함

숙종이 사랑한 고양이: 금손이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 세 살에서 다섯 살(집고양이 수명 15년 정도)




작가의 길고양이들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좋았지만 내가 몰랐던  용어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반면 길고양이의 수명이 과하게 짧음은 길거리 삶을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기에 마음 한 편이 씁쓸하기도 했다. 청소 일을 하는 남편 또한 로드킬 신고로 도로에 고양이 사체를 치우러 나가 일이 자주 있다고 했다. 차에 치여 찬 바닥 드러누운  고양이의 주검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폐기물로 분류하는 일은 결코 마음 편치 않다며, 다음 생애는 부디 편히 살길 기도한다는 남편의 심정 또한 이해가 갔다.

하늘아래 같은 고양이는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 속 고양이들의 표정과 모습은 각기각색이다. 아이 등교길에  매일 마주치는 길고양이들, 아마 내일부터는 이름없는 그들에게 어울리는 장수하는 이름을 꼭 불러주어야겠다 마음먹게 만든 책 < 숨은 냥이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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