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수리마수미 Feb 27. 2022

아무튼 바이크

그야말로 어디든 갈 수 있는 힘이 내게 생긴 것이다/김꽃비/ 코난북스

나의 목표 중 하나는 남편에게 할리를 안겨주는 것이다. 실상은 몇 달 전에 구입한 십만 원대의 접이식 자전거가 우리 집 앞을 지키지만 언젠가 남편 품에 할리를 안겨주리라 마음먹고 있다. 허연 머리 휘날리며 내가 그려준 커스텀 가죽잠바를 입고 할리 동호회 회원들과 국도를 달리고 있을 멋들어질 남편의 노년에 한몫하고 싶다.

글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바이크에 대한 편견은 바로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이다. 무조건 위험하며, 껌 좀 씹는 비행 청소년 또는 배달원들이(라떼는 다방 언니들이 커피 배달을 택트로 했다) 요란스레 타고 다니는 무언가 점잖지 못하고 저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교통 환경이 우리나라와 다른 베트남에 살면서 이동의 불편함을 뼈져리게 느끼며, 하는 수없이 택시를 타거나 남편 회사에서 제공되는 차를 타고 다녔으나, 이후 남편이 회사를 나오며 그마저도 호사를 누렸던 일임을 알고 바이크를 구매하며 나의 바이크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첫 바이크는 세 식구가 끼여 앉기 충분한 흰색이었다. 운전은 전적으로 남편의 몫이었기에 그가 일가는 날이면 난 뚜벅이 신세가 되거나, 쎄옴(베트남 오토바이 택시)을 불러 타야 했다. 미장원에서 예쁘게 머리를 하고 온 날은 일반택시를 탈까 고민도 했지만, 몇 푼이라도 아껴야 했던 시절에 쎼옴을 타고 오다 만난 비는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탱글 했던 파마 컬이 비 맞은 생쥐처럼 쭉쭉 펴져 버릴 때 했던 신세한탄이 상기되어 내가 그 시절도 살아냈다며 혼자 대견스러워한다.

작가는 스무 살에 처음 자신만의 자전거를 가지며, 바퀴 달린 물건들의 유용함에 탄복하기 시작한다. 이후 작가의 바퀴 사랑은 바이크로 넘어가고 지금은 바이크 전도사라 불릴 만큼의 경지에 올랐다. 작가의 글 중 바이크를 몰고 국도를 지나 바닷가에 다다라 바로 파도에 몸을 맡기고 다시 바이크를 타고 돌아온다는 글과, 몸집이 작은 여성으로 받는 사회에 배려 없음을 느끼다 바이크를 탄 후 동력이 주는 힘, 자유로움, 자신감을 얻었다는 부분에서 나도 한 번 타 봐라는 욕구가 슬금 올라오기도 했다.

언젠가 우리 집 앞을 지키고 있을 멋진 할리를 그리며 읽은 책 < 아무튼 바이크>



작가의 이전글 팬데믹 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