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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02. 2022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영화가 묻고 심리학이 답하다/ 김혜남 지음/ 포로체

혼자 영화관을 들락거리던 시절도 있었건만 이제는 클릭 한 번에 휴대폰으로 핫하다는 영화를 찾아 보다 지루해지는 전개는 가차 없이 스킵 해 버리기도 하고, 엄마 찾고 마누라 찾는 목소리에 내 팔자에 무슨 영화냐며 영화 감상은 저세상 단어로 치부한 삶에서 글동무가 선물한 책 한 권이 내 젊은 날을 소환하며 뜻밖의 추억에 빠지게 만들었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는다>로 처음 만난 김혜남 작가의 글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심리학 이야기를 풀어주심에 글 읽기가 수월하다. 특히 함께 글을 써온 글동무의 깜짝 선물로 받는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나의 20대 시절을 함께 보낸 영화들에서 최근 영화까지 간략한 스토리와 주인공들의 심리를 가볍게 풀어놓았다. 때론 내 짧은 식견으로 상상도 못한 부분들을 꼬집는 작가님의 여유에 감탄도 하며 옛 영화 돌려보기 하듯 읽어내려간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영화를 미쳐 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이미 본 이들에겐 다시 찾아보게 만들 책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를 펼쳤다.


금발의 '브래드피드'가 출연한 '흐르는 강물처럼'은 낚시라고는 일도 모르는 내게 플라이낚시의 존재를 알리며, 아버지와 두 아들 간의 오고 가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방탕한 삶을 살다 일찍 생을 마감하는 둘째 아들 역을 맡은 '브래드피드'를 보며 가슴만 아파했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떠올릴 생각도 못 한 혈기 왕성 젊은 날을 생각하니 웃음만 났다.


한참을 여자 주인공 대사에 꽂혀 '오겡끼데스까"를 외치게 만들었던 '러브레터' 1인 2역을 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에 잠시 헷갈려 보기도 한 영화는 더는 과거 속에 머물기를 거부하며 현실을 살아가려 하는 스토리에 요즘의 나를 보는듯해 더욱 울컥했다.


아이와 함께 봤던 디즈니 영화 '슈렉" 시리즈는 공주의 본 모습은 예쁘고 날씬하며 왕자의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틀을 철저히 깨어주며 정형화된 공주 이야기에 반발심을 일으키게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왔지만, 이야기가 끝난 후 과연 그들은 행복하게 계속 살고 있는지를 추적하며 마냥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닌 실생활에서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삶을 단단히 이어간다는 점에서 어른인 나도 폭 빠져 볼 수 있었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책은 관계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1장, '가위'손을 필두로 이어지는 '가오나시'라는 캐릭터를 뇌리에 박히게 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이 담긴 내면의 상처를 말하는 영화들이 담긴 2장, 다소 무거운 주제인 나이 듦과 죽음을 말하며, 현실에 살지 못하고 환상만을 구하는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린 4장을 이어 최근까지 핫한 영화 '기생충' 속 펼쳐지는 사회 속에 담긴 나의 존재를 돌아볼 수 있는 영화까지 오밀조밀 다양한 시각의 구성에 버릴 것이 없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어 펼쳐지는 수많은 영상과, 작가의 시선에 나를 대입하며 읽게 되는 책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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