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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04. 2022

엄마를 생각하는 척하는 것은 택배였다.

1장 낌새

바다 건너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안에 머문 엄 마에게 먹거리를 보내주는 일이 다라 여겼다. 쌀과 이 런저런 냉동식품들을 보내는 일로 내 할 일을 다했다  생각했다. 엄마가 아프시고 멀리 사는 언니가 엄마집을 찾아갔을 때 냉장고와 창고에 쌓여있던 썩어가는  먹거리들을 내다 버리는 일로 며칠을 보냈다 했다. 엄마는 내가 보낸 음식들을 쌓아뒀다. 그리고 여름에 찾아오겠다던 둘째 딸년에게 줄 버섯과 도라지 직접 캔  나물들을 말리고 계셨다.   엄마에게 못다 한 마음을 음식으로 대신해 보낸 음식들은 습기 심한 여름의 한국을 버티지 못하고 곰팡 이 꽃을 피웠다. 엄마는 그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씻고  찌고 다시 보관하며 드시고 계셨다. 여기저기 담가 놓은 몸에 좋다는 각종 즙들 역시 아무도 먹는 이 없이  오랫동안 저장만 하여 죄다 버려야 했다고 언니는 말 했다.  차라리 보내지 말걸 그랬다. 그랬다면 자식새끼 보낸  음식이 고마워 썩어가는 음식을 두고두고 드시지 않 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엄마 몸을 뒤덮은 백혈병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엄마는 지금도 내 곁 에서 나의 투정을 받아주고 계셨을 것이다. 차라리 전화나 제대로 받았더라면 내 마음이 이리 터지진 않았 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렇게 엄마에게 죄스러운 마음 에 눈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때 그랬더라면, 그때 그랬더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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