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끝은 시작이다.

1장 겨울

by 수미

남편은 환경 공무직 최종 합격자가 되었으나 기다림의 시간은 끝이 나질 않았다.

늦가을부터 시작된 시험은 한 달을 넘겨 겨울의 시작에 접어들었고, 합격 통보 이후에도 행여나 있을 결격 사유를 찾는 확인 작업을 거쳐야 했기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었다. 휴일도 없이 일만 하던 시절을 살았으나 일주일이 넘어가는 신원 조회는 나도 모르는 사이 죄지은 게 있었던가 하며, 없던 죄까지 만들 만큼 길게 느껴졌다. 사실 이런 불안함은 예전 직장을 그만두고 한동안 백수로 지낸 탓에 비어만 가는 통장 잔고로 더욱 조급해졌다. 더군다나 합격한 이들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 누구는 바로 현장에 투입되나 다른 누군가는 다가오는 한여름 퇴직자들 대비해 뽑은 인원이라, 어쩌면 우리는 한여름이 다가올 때까지 마냥 비어가는 잔고만 바라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각종 생활비에 교육비까지 나갈 돈은 정해져 있건만 들어올 곳은 없는 상황에 침만 꼴깍 넘어갔다. 누군가는 돈을 벌어야 했다. 나는 잠시 쉬고 있던 미술강사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행여 남편이 여름에 일을 시작하더라도 그 사이 먹고 살 돈을 마련해야겠기에 부랴부랴 일자리를 알아보았으나, 코로나로 열고 있던 학원들도 문을 닫는 상황에 일자리 찾기는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난 미술강사 자리는 반백을 향해가는 아줌마를 부담스러워하기만 했다. 내 학원을 차려볼까 욕심도 내보았지만 코로나 시국에 무리해 학원까지 차린다면 뒷감당을 어째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질 않았다. 결국 집 한편 책상을 준비해 자그마하게 미술 공부방을 만들어보자 결론냈다. 남은 돈을 긁어 미술재료 구입에 써버리고, 이래저래 발품 팔아 준비한 교구들로 그럴 듯 미술 공부방을 만들었다. 내일이면 교육청에 신고도 하고 홍보도 해보리라 다짐하며 오래간만에 깊은 단잠에 빠졌다.

아침 시간은 늘 분주하다. 잠에 취한 아이를 깨워 아침 먹고 학교 가라며 소리 몇 번 지르고, 널브러진 빨래들을 돌리고, 여기저기 날리는 먼지들도 닦아내야 한다. 설거지를 끝내고 강아지들의 밥까지 챙겨주면 정신없는 아침 일과는 대충 끝이 난다. 오늘은 오전부터 공부방 여는데 필요한 서류를 등록하러 교육청이며, 세무서며 여기저기 다녀야 한다. 한숨 돌리고 외출하려던 찰나 문자가 울린다.

이런! 젠장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확진자가 떴다.

게다가 아이는 밀접 접촉자다.

아이는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

이렇다면 아무도 내 집에 들일 수 없다.

나는 살아보겠다는 포부와 일주일이란 시간을 고대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남편은 첫 출근을 했다. 그래!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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