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떨어진다.

1장 겨울

by 수미

이쯤이면 연락이 와야 한다.

이미 오고도 남을 시간이다...

뭐 하나 쉽게 풀리는 게 없구나.

옷차림은 면접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안내가 있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에는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새로 산 코트에 손빨래해 둔 목도리를 두르고 어찌 됐든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 남길 궁리만 했다. 면접장에 간 남편은 이미 도착한 다른 응시자들과 눈치만 주고받으며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건장한 남자들 사이 나이가 있는듯한 분이 첫 번째 타자였다. 잔뜩 긴장하며 들어간 응시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면접을 보았고 한참 후 까다로운 질문이 쏟아졌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던 응시자들은 그의 힘 빠지는 말에 긴장감만 높아져 내쉬는 숨소리만 커졌다.

드디어 남편 이름 석 자가 불린다.

긴장하며 들어간 면접장 안에는 여덟 명의 면접관이 반원을 그리듯 앉아있다. 생각보다 많은 면접관들과 오로지 자신을 주목하는 눈빛에 더 주눅이 든다. 아마 몇 해 전 청탁으로 부정 합격한 사례가 있어 사전에 불미스러운 일들을 차단하고자 이렇게 많은 면접관들을 배치한듯했다. 질문들이 쏟아진다. 이직했던 이유들부터 과거 회사 생활은 어땠는지,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길 가다 불법 투기를 보면 어찌할 것인지. 오는 길에 길거리는 어땠는지 등등 숨 돌릴 틈 없는 질문에 눈동자가 흔들린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합격이라는 두 단어를 건져가려면 이때껏 준비한 것들을 모조리 뱉어내야 한다. 허리를 세우고, 목소리를 높여 면접관들의 눈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답을 해나간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면접관의 말에 청소부가 되려 하는 아빠가 부끄럽다는 아이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아빠가 하려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지구에 필요한 멋진 일임을 알리고 아이의 동의를 구했으며, 오늘도 그런 아이의 응원을 넘치도록 받고 왔노라며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것이라는 말로 면접장을 나왔다 한다.

일주일 후 마지막 관문이 발표된다.

화살같이 지나가던 시간이 죽어라 흐르지 않는다.

질질 끌어오던 시간은 마침내 결전에 날에 다다랐다.

세상의 모든 신을 찾으며, 온갖 다짐을 쏟아내며 원했던 답을 달라 애걸한다.

이쯤 되면 연락이 와야 한다. 해가 지도록 아무 연락이 없다.

남편은 수십 번 합격 여부를 알리는 홈페이지에 접속을 했지만 아무 내용도 볼 수 없다 한다. 이놈의 인생은 뭐 하나 쉽게 풀리는 게 없다.

어깨가 축 처진 남편을 위로할 요량으로 집 근처 가게에 가 닭 한 마리 튀겨오겠다 했다. 사실은 남편 앞에서 주책없이 쏟아지려는 눈물에 도망치듯 나갈 궁리를 찾은 거였다. 집을 나와 맺히는 눈물을 닦아내고, 기름기 질펀한 닭 한 마리 싸 들고, 편의점 들러 맥주도 챙긴다. 두 손 가득 먹거리 들고 오는 길, 왜 이리 서글픈지... 자꾸만 눈물이 쏟아진다.

전화가 울린다.

남편의 전화다.

어디냐며 어서 오라 다그친다.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지금 가노라 답했다.

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향한다.

문자가 울린다.

눈물 훔치며 가는 속도 모르고 빨리 오라 다그치는 문자인듯하다.

계속 울려대는 문자에 슬슬 신경질이 난다.

오기로 더욱더 확인하지 않는다.

전화벨이 울린다.

가고 있다며 소리치는 내게 남편은 되레 문자 보질 않고 뭐 하냐며 다그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문자를 확인한다. 뒤늦게 통보된 최종 합격자 명단에 남편 이름 석 자가 빛나게 박혀있다.

튀긴 닭과 맥주를 부여잡고 날아가듯 집에 도착한다.

우리는 세상에서 둘도 없이 맛나는 닭과 맥주로 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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