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겨울
당신의 삶이 녹록지 않았음을 굵게 팬 주름과 거친 손등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쓰레기 속 쓸만한 것들을 헤집는 당신의 간절함을 나의 일인 양 온전히 공감하긴 힘들겠지만, 삶을 이어가려는 당신의 절박함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오늘도 거리를 헤매며 거친 삶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평안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은 나의 진심이다.
동네를 걷다 보면 가끔씩 쓰레기 뒤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나게 된다. 작은 수레에 박스며, 쓸만한 종이 조각, 또는 깨끗한 플라스틱 등을 찾아내어 자신의 수레에 차곡차곡 담는 그들의 손에는 자그마한 커터 칼도 쥐어져 있다. 주택가나 상가에 사는 이들이 저녁에 내어놓은 쓰레기와 분리수거 된 재활용들이 묶여진 봉지를 손으로 뜯어내기 힘들기에 준비한 장비이다. 오늘도 산책길에 그들을 보았다. 쓰레기 더미 속 돈이 될만한 것들을 찾기 위해 칼과 가위로 봉지를 뜯어내고 그 안의 물건들을 끄집어 쓸만한 것들을 자신의 수레에 담는 그들을 보았다.
주말 오후 오랜만에 온 가족이 산책에 나섰다. 도심지 근처인 우리 집은 정비된 도로에 신축 아파트들이 즐비하나, 조금만 돌아가면 개발되지 않은 좁은 옛 골목들도 공존하는 볼거리가 많은 동네다. 대부분의 청소부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 배치되어 청소를 담당한다. 남편은 자신의 담당인 골목길을 걸으며 이곳은 불법 쓰레기 투기가 많고, 저곳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고충을 겪었다는 둥 초보 청소부의 경험담을 쏟아내기 여념 없다. 그러다 전봇대 아래 리어카를 세워두고 쌓아둔 쓰레기 더미를 사정없이 헤집는 할아버지에게 눈이 꽂혔다. 곱게 쌓아 묶어둔 스티로폼의 끈을 칼로 끊어내더니 사방으로 던지며, 쓰레기 더미와 한바탕 난리를 치르는 할아버지를 보던 남편은 한숨만 내쉰다. 내일 아침 이 구역 골목길 청소하는데, 할아버지가 저렇게 헤집어 놓은 쓰레기는 남편이 다시 정리하고 치워야 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부분 쓰레기를 뒤지는 분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취한 뒤, 뒤처리는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다. 청소부들은 이것저것 뒤섞여 놓은 쓰레기를 다시 정리하고 종량제 봉투에 담고 분리수거해야 하기에 일은 배가되고,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린다. 사실 내어놓은 분리수거나 쓰레기봉투를 뜯어 헤집어 놓은 행위는 불법이다. 그렇다고 나이 많은 어르신이 먹고살아보겠다며 새벽이고, 주말이고 수레 하나 끌고 추운 바람 맞서 다니는 걸 신고하는 일은 야박할 뿐이기에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했다.
녹록지 않은 그들의 삶, 그리고 그들이 헤집은 잔해를 정리하는 청소부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누구의 삶이 더 고된가를 따지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물리고 물리듯 쳇바퀴 돌아가는 바닥의 삶을 버티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당신도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