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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마수미 Mar 10. 2022

묵혀 두었던 김치

2장 부정

냉장고에 두 달 넘게 묵혀 둔 김치를 꺼낸다. 

오랫동 안 열지 않아 뚜껑이 꽈악 물려버린 김치 뚜껑을 있 는 힘을 다해 열어젖힌다. 미라처럼 밀봉해 둔 김치가  김치 국물과 분리되어 자작하니 누워있다. 한 덩이 들 어내어 서걱서걱 썰어낸다. 한 끼 먹을 양보다 넘치게  담긴 접시를 식탁 가장자리에 놓아둔다. 미리 삶아 얼 음 물에 담근 소면을 건져내 대접에 한 움큼 담는다.  오전 내내 우려낸 육수를 붓고 얼음 몇 조각도 띄운다. 


식탁에 앉는다. 남편은 어디서 이리 잘 익은 김치 를 구했냐 묻는다.  대답은 하지 않고 김치만 노려본다. 입을 떼기도 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음식 솜씨 없는 나는 김치를  사 먹었다. 한국 김치가 그립다며 흘려 했던 말을 엄 마는 귀담아듣고 엄마 손맛 담은 김치를 하늘길로 보냈다. 유일하게 하루 쉬는 일요일, 몸이나 챙기지 이  힘든 걸 왜 해서 보내오냐며 역정 내는 내게 처음이 자 마지막 김치로 알고 먹으라며 너스레를 떼셨다. 


엄마가 아프시다.  

우리 엄마가 아프시다.  

엄마가 보내 준 김치를 먹을 수 없었다.  이 김치를 다 먹어버리면, 다시는 엄마 김치를 먹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오늘 뚜껑을 열었다. 그리 고 국수에 턱 걸친다. 그리고 다 먹어 없애 버릴 요량 으로 씹어 넘긴다.


엄마는 죽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 곁에 있을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내년이면 또 손수 김치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수고스럽게 왜 이랬냐 역정을 낼 것이다. 나는 부정한다. 나는 엄마의 예고된 죽음을 강렬히 부정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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