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그 많던 (여자)선배들은 어디로 갔을까?

넘사벽이거나 나와 완전히 다르거나

by 조이 Joy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유독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나라에서 남과 조금 다르다는 것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쓸데없는) 걱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쓸데 없는 염려를 듣는다거나 주목받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기에 불편하지 않을 길을 찾아 노선을 정하며 살아왔다. 그 결과 나는 직장을 다니며 일하는 워킹맘이 되었다


사실 그 면면을 뜯어보면 나는 평범의 범주에 살짝 벗어났다. 대한민국 출산율 0.98임을 감안했을때 평균 두배의 출산을 하며 애국을 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학사학위를 땄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신입 사원에 채용될 가능성은 더 적었다고 밝혔다. 특히, 채용 후 관리자로 오르는 첫 번째 결정적인 단계에서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된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결국 승진 대상 여성이 현격히 적은 상황에서 여성은 관리직에 채용될 가능성이 낮고, 승진될 가능성도 훨씬 낮게 된다고 했다.


조사에 따르면 관리자로 승진하는 여성은 남성 100명당 79명으로 조사됐다. 이런 성별 격차 때문에 남자들이 결국 62%의 관리직을 차지하고, 여자들은 겨우 38%만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물론 외부 여성 경력 채용 확률은 훨씬 적다. 난 경력직으로 이직을 한 경험도 있고 임원과 팀장은 아니지만 연차에 맞게 관리자 직급으로 승진도 하고 있었으니 이 역시 평균에서 살짝 벗어나는 슬픈 현실이었다.

3715_15658_379.png 표.성별에 따른 진급률 (출처: Mckinsey&Company)


평균에서 멀어질 수록 멘토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되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하드코어 현실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직장에서 임원을 단 여성들에게 배우고 싶었다. 아니 하면 된다는 본보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나의 두번째 직장은 한때 여대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멋진 화장품 회사였다. 물론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몇몇의 (결코 절대 다수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 임원과 팀장이 있지만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여성 임원은 3명뿐이었다. 그 중 한명은 해외 유학파출신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컨설팅펌에서 근무하다 임원으로 온 케이스. 평범하다 생각했던 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본보기로 삼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두번째는 서울대 학사, 석사, 박사 출신의 미모까지 완벽한 상무님. 이 분 역시 누가 봐도 넘사벽 스팩이지만 가장 넘사벽이었던 건 그녀의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다. 몇번 회식으로 함께 노래방을 간 적이 있었는데 임원이심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가무를 하는 모습을 보고 경이로운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아! 회식조차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세번째 임원은 국내 출신의 비교적 평범한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 스팩을 가진 분이지만, 이분은 싱글이었다. 영업통으로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면서 남자와 같은 성격과 행동을 보여주신 분이었다.


아.. 그래! 워킹맘인 내가 본보기로 삼기에는 모두다 멀어 보였다. 평범하게 아이를 키우면서 차근차근 관리자와 임원으로 승진한 멘토를 찾기가 어려웠다. 10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몇몇의 워킹맘 임원들이 탄생한 것으로 들었다. 그러나 이들도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하루하루 힘들고 어렵게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정말 힘들겠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일욕심을 가진 나보다 10년쯤 앞서 간 분들을 모임에서 종종 만난다. 50세 언저리인 그녀들은 직장에서 별을 단 사람들은 소수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 분들이었다. 사업이든 본인 스스로 전문가가 되었든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지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고 지난한 육아와 일이라는 터널을 뚫고 오신 분들이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일단 견뎌보라"라고 조언해준다. 지금 그만두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경고와 함께..빚을 많이 지고 집을 사는 것도 방법이라 했다. 당장 갚아야 하는 대출금 때문에 싫든 좋은 일단 회사를 열심히 다니게 된다고 한다. 아.. 그 기운가 조언이 너무 쎄서 기가 빨리는 느낌이다. 난 너무 나약한 인간인 것일까? 그래서 이런 조언들을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까? 자책과 의문이 뒤섞인 고민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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