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워킹맘의 괜찮은 하루
요즘은 알람을 따로 맞춰두지 않는다. 함께 자는 10개월 된 둘째 아이가 4시면 자동으로 기상해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기 때문이다. 나도 아기의 배꼽시계에 맞춰 부스스 눈을 뜬다. 아무리 졸리고 눈뜨기가 힘들어도 돌도 되지 않는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우는 소리는 그 어떤 소리 보다 더 잘 귀에 꽂힌다. 그렇다고 몸이 벌떡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안간힘을 다해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키며 저쪽 끝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남편을 흘낏 쳐다본다.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얄미운 생각이 잠깐 들었다가 '유전자에 박혀 있는 모성과 부성의 차이인가?' 라는 의아한 마음이 교차한다.
분유를 타기 위해서는 나름의 정신력이 필요하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분유가 잘 녹을만한 온도의 물과 10개월 아기의 몸무게에 맞는 적당한 분유 계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나에게 남아 있는 졸음을 안간힘을 다해 덜쳐 버린 후 물 온도를 맞추고 분유를 타서 어제 저녁 깨끗하게 소독해 둔 젖병을 꺼내 분유를 탄다.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분유를 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아기는 기다렸다는 작고 동그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기다렸다는 듯이 쪽쪽 젖병을 빤다. 통통한 양볼에 긴 속눈썹,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젖병을 잡고 분유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그런 기분도 잠시 쓰나미처럼 피곤과 졸음이 밀려온다. 이왕 일어난 김에 미라클 모닝을 하면 좋으려만 그 계획은 잠시 접어둔다. 어짜피 아이가 옆에서 칭얼대면 '미라클 모닝'이 아니라 '카오스 모닝'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졸음이 모성을 이겼는지, 아니면 내 모성이 딱 그만큼인지 할일만 하고 다시 잠이 들어버린다. 나와 함께 아기도 다시 잠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통통한 배를 토닥거힌다. 하지만 내 손길의 의미에 대한 학습이 아직 덜 되었는지 다시 잠들지 않고 깨어서 사부작사부작 다른 것들을 탐색하는 모양이다. "빠빠 뿌부'와 같은 아주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6시 진짜 알람이 울린다.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아직도 자고 있는 첫째를 깨운다. 출근하면서 데리고 준비시켜 함께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난다. 그래도 엄마가 옆에 있어서 좋은지 옆에서 끊임없이 조잘거리며 아침부터 엄마를 졸졸 따라다닌다. 일단 아이가 간단히 요기할 수 있도록 먹을 것을 주섬주섬 챙기며 나는 메이크업과 식사는 생략하고 머리를 감는다. 아침에 해야 할 수 많은 일 중 머리감기를 택한 것은 회사에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출근길, 다행이 아이는 나를 잘 따라 나선다. 엄마랑 함께 나서는 마음이 좋아, 1번으로 어린이집을 가는 속상함을 잊어 늘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집에 남을 베이비시터님과 둘째에게 인사를 하고 출근길에 나선다.
지난 겨울, 회사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위한 집념 하나로 전세 대란에도 어렵게 집을 구했다. 하지만 회사 바로 옆에 있는 집을 구하지 못해 걸어서 20분 거리 차로는 15분 거리의 집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무실이 강남, 광화문과 같은 서울의 중심이 아닌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서울 변두리 지역이라는 것이다. 서울 변두리라도 맞벌이 부부가 쉽게 전세를 얻을 수 있는 가격은 절대 아니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오늘은 새벽에 둘째 수유를 하고, 큰 울음소리 없이 큰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시간 8시 20분에 맞춰 여유롭게 사무실 내 자리에 안ㅌ았다. 이 정도면 시작이 좋다 아침에 많은 일을 하고 또 더 많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은 아이둘 워킹맘인 나에게 One Fine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