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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oy Oct 22. 2023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존재를 증명하는 것?

왜 나는 일하고 싶은가

 일과 육아에 치어 지칠 대로 지쳤을 때 회사가 정말 가기 싫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를 버틴다는 마음으로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도어투 도어 10분 거리이다. 워킹맘으로 최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일도 육아도 놓칠 수 없다는 욕심을 더해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집을 구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였지만 일과 육아를 위해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동네로 이사해 터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회사와 집의 물리적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는 반비례하는 것 같았다. 피로와 어려움이 누적되어 마음을 다잡기 힘들 때도 있었다.  회사 가는 것 자체가 어렵고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새벽기상을 해서 명상을 하고 책을 보고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회사를 나왔지만 돈은 벌고 싶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능력을 증명하는 일은 '수입'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 이때부터였다. 내가 버는 돈으로 물건을 살 때와 남편이 버는 돈을 쓸 때 기분과 느낌이 달랐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늘어가는 교육비와 대출금도 마음이 부담이었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느라 바쁘고 분주했지만 정작 회사 다닐 때에 비해 들어오는 수입이 현저히 적어지다 보니 자꾸만 스스로가 '소비만 하는 인간'으로 느껴졌다. 분명히 미래를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불확실함과 현재의 상황이 스스로를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다. 나는 뼛속까지 자본주의형 인간이라는 생각과 함께 과거 오랜 기간 하던 일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찾아보았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풀타임은 필요 없지만 전문가의 조언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의 전문성 역시 어떤 곳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부터 프리랜서 플랫폼에 나의 이력을 올려두었다. 크몽, 숨고 등을 비롯해 탤런트 뱅크 등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 버려 경쟁이 치열한 플랫폼부터  UPWORK와 같은 해외 사이트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았다. 주변 지인들이 간혹 적당한 자리를 연결해 주기도 했지만, 정작 일이 성사되는 곳은  다양한 플랫폼이 이었다.   4대 보험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고 ㄱ 보수를 받아갈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눈이 번쩍 띄었다. 


사업을 주축으로 과거에 했던 전문성을 살리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사업에만 올인하는 것보다 적절히 업무를 배분하다 보니 사업의 속도는 더 느려졌지만, 스트레스도 줄어들고 시너지가 나는 측면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마음과 새로운 일을 꾸려나가는 일이 주는 에너지를 최대한 즐기려고 하자 육아에도 숨통이 트이며 활력이 생겼다. 사회구성원으로 할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좋았다. 


'수입'이 내 능력을 증명하는 지표라했지만, 일이 주는 부수적인 장점은 생각보다 많았다. 만족감, 성취감 등등의 무형의 것들은 독립된 '나'를 만드는 무언가가 되주었다. 정년퇴임 후에도 계속 일을 하는 아빠가 젊었을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런 맥락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수입도 좋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단지 그것만을 위해서 일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답답하고 불합리하다 느껴지는 조직은 뛰쳐나왔지만, 사회의 일원으로써 '일'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놓기 어려운 듯 하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육아를 하며 조직에 속해 있지 않고 일을 하고 돈을 번다는 일은, 또 다른 고단함의 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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