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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oy Oct 22. 2023

그렇게 N잡러가 되다

일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다양한 플랫폼에 이력을 등록해 두었지만,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과연 이런 플랫폼을 통해 연결이 될까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회사에서는 제한된 사람들끼리 경쟁했지만 사회에 나오니 그야말로 무한경쟁에 돌입한 듯했다. 플랫폼에 올라온 전문가와 회사의 수는 정말 셀수 없이 많았다. 가격 경쟁도 해야했다. 더 좋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해야 한 번이라도 더 선택될 수 있어 보였다.화려한 미사여구로 현란하게 자신의 전문성을 어필하고 있는 사람 혹은 회사를 보자니 '이곳이 정글인가'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정글에서 살아 남을 생각에 막막해 졌지만, 내 전문성을 낮은 가격 혹은 떨이로 팔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한번도 보지 않은 나의 잠재고객들에게 어떤 식으로 어필해야 할지 막막한 나날들이 이어졌다. 


플랫폼에서 연락이 없어도 나는 그 시간 동안 사업에 열중하면 되니 딱히 일이 들어오는데 까지 기다리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돈을 벌고 싶은 나의 욕망은 점점더 커져갔다. 사업은 조금씩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나가기는 했지만,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회사들과는 속도면에서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졌다. 우리의 사업 아이템은 시장에서 레드오션이었다. 우리가 소구하는 차별점이 고객들에게 크게 다가가지 않아 보였다. 그럴때면 방향을 수정해보고 맞는 방향을 찾아 계속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수정해 나갔다. 꾸준히 한걸음씩 느리지만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갔다. 오랜 회사생활 동안 얻은 능력은 기술 뿐만이 아니라 버티는 힘도 있는 것 같았다. 우리랑 비슷한 시기에 런칭한 같은 카테고리의 제품들이 시장에서 하나 둘 사라졌다. 우리의 매출은 크게 튀지는 않았지만 동업자의 둘째 출산, 육아의 시간들을 함께 보내며 그냥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다. 


그 무렵 창업프로그램을 통해 홈쇼핑 채널에 제품을 런칭할 수 있게되었다. 홈쇼핑의 까다로운 품질 체크 과정과 지난한 QA를 거쳐야 하는 지난한 과정들을 모두 통과했다. 홈쇼핑이라는 파워풀한 채널의 특성상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우리는 창업프로그램을 통해 추천을 받아 들어간 것이라 낮은 수수료와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제품의 방송시간은 새벽5시 30분에 배정이 되었다. "과연 새벽에 홈쇼핑에서 여성용품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싶었지만 온라인 플랫폼과 다르게 홈쇼핑에서는 어느정도의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무렵 오랜 경력의 전문가들을 매칭해주는 사이트의 프로젝트매니저(PM)에게 연락이 왔다. 내가 가진 능력이 필요한 스타트업이 있으니 만나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확실히 무한 경쟁을 하는 플랫폼 보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관리해 회사와 전문가를 매칭해주는 사이트에서 내 이력이 더 승산이 있어 보였다. 


 회사경력, 직업경력을 바탕으로 가뭄에 콩나듯 강의도 하게 되었다. 한동안 수입이 없다보니 들어오는 일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다보니 하는 일이 갯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생각이 들었다. "나 요즘 말하는 N잡러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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