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
회사는 피라미드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올라갈 수록 좁아지는 문, 적어지는 자리. 그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의 수는 제한적이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회사는 직원들을 경쟁시킨다. 더 잘하는 사람 성과를 내는 사람을 위로 올리려는 것이다. 회사의 존재 목적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기에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일만 잘해서도 안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리더십,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능력 등 위로 올라갈 수록 필요한 자질도 많아진다. 여기에 '정치'니 '라인'이니 하는 단어가 끼어들면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신입사원 시절 그저 열심히 하면 그 자리에 갈 수 있을거라 믿던 순진한 시절이 있었다. 30대 중반까지도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를 둘이나 낳고 같은 방식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니 미묘하게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로 살아가야 가장 행복하고 자연스러울진데 자꾸 다른사람 코스프레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 무렵 이런 고민을 비슷한 처지의 동료에게 털어 놓자, "회사 밖은 더 지옥"이라는 무시무시한 조언을 들었다. 밖으로 나가면 이것보다 더 지옥일 수 있다니.. 도대체 지옥의 끝은 어디인가 싶었다. 아이를 두번이나 출산해 호르못 탓인가 감정이 널뛸 때가 많았다. 마음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매우 복잡했다. 과부하가 걸릴 만큼 주어진 역할과 책임, 스스로의 미숙함과 부족함이 결합되어 매일 크고 작은 좌절감을 맛보았는데 잘하고 싶은 마음을 늘 디폴트값으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깊이가 점점 더 깊어졌다. 그 무렵 나의 감정은 인생의 바닥을 찍고 있었다 싶을 만큼 땅끝으로 곤두박질 쳤다.
마인드 컨트롤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다. 벼랑 끝에서 살려고 필연적으로 선택한 활동들이었다. 기상시간을 새벽으로 앞당기면서 명상을 시작했고 독서량을 늘렸다. 어짜피 잠이 잘 오지 않았기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닥치는대로 책도 읽었다. 그러자 조금씩 어두웠던 삶에 한 줄기씩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영국의 석학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 벤자민프랭클린의 '자서전', 팀패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 '나는 하루에 4시간만 일한다', 데일카네기 '자기관리론' 은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사는 세상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쯤 주관식 인생을 살겠다 결심을 했다.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 되고자 용기를 낸 것이다. 그리고 직업인이 되기 위한 실력과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지 말자 다짐했다.
막상 사회에 나오니 내가 속해있었던 곳보다 작은 몸집의 조직에서 내 경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꽤 있었다. 내가 가진 경력을 살려 몇 군데 회사의 자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직접 홍보 실행을 맡아서 해줄 수 있기도 했다.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해외의 고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나를 알리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지속한 결과 수입도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다. 나를 표현하는 명칭도 늘어나게 되었고 하는 일의 가짓수도 늘어나 자연스레 요즘 말하는 N잡러가 되었다. 사업과 과거 했던 경력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확장하다보니 업무 영억도 넓어졌다. 매일 출근하지는 않지만 일하는 사람이 되었고 어느 순간 내 수입은 회사 수익을 넘어서게 되었을 즈음 스스로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진화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수입과 업무량으로만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니었다. 생활면에서의 나도 과거 불만 가득했던 나와는 차이가 많아졌다.
우선 운동을 생활화 하게 되었다. 체력은 신체적인 능력도 관할하지만 감정적인 부분도 좌우한다. 힘들다고 느꼈을때 혹은 누군가에게 서운하다 느껴졌을때 나는 내 체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지를 먼저 생각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인내심도 금방 바닥을 드러내고 짜증의 역치도 낮아진다. 나의 경우는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없는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삶의 없어서는 안될 취미이자 명상활동이 되었다. 독서도 직업인이 되기 위해 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중요한 도구라 생각한다. 막히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나는 제일 먼저 책에서 답을 구한다. 업무적인 매너는 회사를 다닐때 잘 함양되어 있었기에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기본 자질로 자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크고작은 어려움이 늘 있었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