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Mar 25. 2022

걱정쟁이 초보 엄마

育兒, 育我, 六我수필 열네 번째 이야기

당연한 말이겠지만 출산 전에는 아기를 키워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엄마가 된 후에야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아기는 작고 연약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걸 알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는 무수히 많은 걱정이 있었다.     


유모차나 카시트가 덜컹일 때, 누워있는 아기의 다리를 쭉쭉 펴는데 아기의 머리가 같이 흔들릴 때, 목을 가누지 못해 앞뒤로 휘청일 때, 아기띠에서 내리다 아기가 침대로 떨어졌을 때... 흔들린 아기 증후군이면 어쩌나 전전긍긍했다.

흔들리지 말라고 고정해둔 쿠션과 너의 심각한 표정

안고 가다 문에 머리를 콩 박거나 휴대폰을 가져오다 아기 머리에 부딪쳤을 때 혹시 알게 모르게 뇌에 손상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누워있거나 바운서에 앉아 있을 때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있는데 측경은 아닌가 아기의 머리를 수시로 확인하고 가끔은 너무 조용히 자면 숨은 쉬고 있는지 코 밑에 손가락을 갖다 대기도 했다. 아기 스스로 옆으로 돌아누워 잘 때면 혹시나 고개를 베갯잇에 파묻을까 봐, 영아 돌연사를 걱정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슨 놈의 병이 그리도 많은지. 하나를 알고 나면 또 하나 걱정거리가 늘고.


한 번은 아기띠를 하고 외출했는데 직사광선을 쬔 날도 있었다. 혹여나 아기 눈에, 아기 피부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고 있던 차에 <삐뽀삐뽀 119> 책에서는 생후 6개월 전에는 햇빛에 노출시키지 말라는 글을 읽었다. 어떤 책에서는 하루 한 번 외기욕을 하라더니 어떤 책에서는 굳이 자주 산책시켜 해를 보게 할 필요가 없다니. 좌절했다. 백일도 되기 전부터 다녔던 산책, 주로 점심을 먹고 광합성이나 하자며 다녀온 것인데 그때 아기의 얼굴이나 손에 닿았던 햇빛, 찡그리던 아기의 얼굴... 며칠 전부터 아기의 코에 점이 생겼는데 그게 혹시나 직사광선이 원인일까 봐 결국에는 또 나를 탓하고 만다.


영유아 검진에서 언어가 느리다는 말을 듣고 아직도 손가락 포인팅을 하지 못하는 아기를 보며 자폐 스펙트럼은 아닌가 끊임없이 걱정하고, 끊임없이 찾아봐도 그 어디에도 답은 없다. 답은 아기가 자라면서 저절로 알게 된다.  

    

걱정의 끝에는 항상 초보라서 실수를 연발하는 나에 대한 죄책감이 있고, 무의식 중에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이 없는지, 아기에게 해선 안 되는 말이나 행동을 한 것은 없는지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그러나 아기는 언제나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강한 존재였다.

그러니 하나하나 걱정과 불안 대신 아기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나와 아기에게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 키즈존 대신 웰컴 키즈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