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May 30. 2022

새로 생긴 직업

育兒, 育我, 六我수필 서른한 번째 이야기

엄마라는 역할을 부여받고 나서 내겐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일명 ‘똥 감별사’.


똥 감별사 수습 기간 때엔 모유를 먹고 묽은 변을 보는 게 이상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소아과 의사 선생님과 똥을 체크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속적인 교육을 받은 결과, 진정한 똥 감별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아기가 분유나 모유를 먹다 이유식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리고 초기에서 중기, 중기에서 후기, 후기에서 완료기 이유식으로 들어가는 순간 똥 감별사의 존재가 중요해지며, 특히 아기가 장염이 걸리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똥 감별사가 야근하는 날이다.


후기 이유식에서 유아식으로 넘어가던 시기, 아기의 변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온 사방에 악취가 진동하였는데 다행히 장염은 아니었지만 설사와 정상 똥을 퐁당퐁당 번갈아 가는 그런 변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Toddler’s diarrhea였다.


일명 선진국 병이라고 물을 너무 많이 먹거나 고탄수 고지방 식단인 경우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한다.


처방받은 유산균을 먹이고 나니 ‘예쁜 똥’을 싸기 시작했다. 심지어 악취도 나지 않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데다 아기가 변을 봤는지도 모를 정도여서 그 변을 본 똥 감별사는 말했다.


“오늘 똥은 냄새도 좋네~”

 

‘좋다’는 향기롭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 잇츠 굿 건강 똥 굿굿 베리 헬씌 느낌의 ‘좋다’이다.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냄새가 좋으면 한 번 잡솨봐~”  





매거진의 이전글 걱정쟁이 초보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