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기 전엔 아기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미혼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아기를 갖는 상상이나 했겠는가(파워 비혼 주의자였으나 남편을 알게 되고 말았다), 우리 둘의 모습이 어떻게 섞일지 정말 궁금해, 라며 아기를 가지기도 전에 눈을 반짝이며 궁금해하던 남편. 감성이라곤 1도 없는(좀비물로 태교를 하고 스릴러와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나는 그때 속으로 생각했었다. 아기가 물감인가, 섞이게? 아기는 아기지. 하며 존재에 대한 독립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막상 태어난 아기를 보면서 우리는 어디가 닮았고 어디가 닮았고 서로 들여다보며 나라는 존재를 닮은, 그러나 또 다른 아기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그렇게 흑백이던 세상은 컬러로 보이게 되었다.
사실 이 표현은 내가 연애를 하면서 일기에 썼던 표현인데, 그땐 HD라면 지금은 8K?
세상이 8K로 보이기 시작하자, 내 눈에는 그냥 지나가는 아기라는 존재 1도 특별하고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유모차 속에서 우, 아, 부, 딸랑이를 쥐고 흔들거나 심지어 빽빽 우는 아기들도 사랑스럽다. 그래, 저 시기에는 우는 거지, 하고.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했을 때, 누군가가 나의 아기를 사랑스럽게 쳐다봐주거나 인사를 해주면 나는 그게 참 기뻤다. 아가야, 넌 사랑받는 존재구나. 그리고 동시에 나도 위로를 받는다. 세상은 아직 팍팍하지 않구나. 아기를 향한 사랑스러운 미소들이 내게 '고생했다'라고,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가끔 몰려오는 따가운 눈총 속에서 받는 상처들, 눈치 보게 되는 시선들.. 그 속에서 누군가 아기에게 미소를 지어주면 힘이 났다.
그래서일까, 이제 지나가는 아기들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웃어주는 오지라퍼가 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흑백으로 보이던 세상이 컬러로 보이게 된 순간 나는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