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앞에서 손이 덜덜 떨리던 그날

나를 경기도 대표로 만든 순간들

by 붕어빵숨니

경기도 장애인기능경기대회 당일 아침


공포와 긴장이 눈앞에 점점 다가왔다.


밤을 설친 채,
어머님이 차려주신 밥상을 야무지게 비우며 들은 말.


'수민아, 연습하던 대로만 하면 돼.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잘하고 와.'

'응'
무심한 듯 대답하고,
밥 한 숟갈까지 놓치지 않고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도구함을 열어 빠뜨린 게 없는지
하나하나 손으로 짚으며 다시 확인했다.


내 마음은 이미 대회장에 도착해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이제 대회장으로 갈 시간.


낑낑 거리며 무거운 도구 가방을 들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집에서 대회장까지는 버스로 10분 거리였다.


'만약 의정부나 포천이었으면....?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네이버지도를 켜고 대회장 정문으로 향했다.


대회 안내 직원분들이 환하게 맞아주시며
내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확인했다.


도구가방을 잠시 내려놓고 서명한 뒤,
제과제빵직종은 2층이라는 안내에 따라
다시 무거운 도구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


경기장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콩닥콩닥,
얼굴은 벌게지고 손끝은 점점 차가워졌다.


문 앞에 도착한 순간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심호흡 한 번,
문고리를 꼭 쥐고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보인 건,
심사위원님 2명,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단 3명의 참가자.


'어.... 생각보다 별로 없네....?'


TV에서 보던 북적이는 대회 풍경.
경쟁률이 치열한 현장과는 너무 달랐다.


너무 조용했고,
너무 담담했다.


그 차이에 놀라 당황했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이도 저도 아닌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
작업대 추첨이 시작됐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심사위원님 바로 앞자리가 내게 배정되었다.


'oh my god!.....
한 번도 심사위원님 앞에서 작업해 본 적 없는데...
손이 벌써부터 떨리는데 어떡하지...?'


나는 내 손을 쓱 내려다보았다.



마치 핸드폰 진동처럼, 손끝이 미사헤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꾹 다물고, 심호흡을 반복했다.


'괜찮아.... 괜찮아.... 연습하던 대로만 하자.'


심사위원님이 말했다.


'이제 작업대 세팅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추첨한 자리로 가셔서 도구 등 준비해 주세요.'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간신히 배정된 자리로 가
도구를 정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이 한 장이 건네졌다.


주어진 과제: 마지팬 동물 만들기.
강아지, 토끼, 그리고...... 코끼리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코끼리.....? 코끼리는 연습 안 해봤는데....
몸통, 다리, 귀, 코....
어떻게 만들지?




[ 2013년 지방장애인기능경기대회 –

제과제빵 직종 과제 요약 ]

- 경기 시간: 5시간
- 과제: 2단 데커레이션 케이크 제작
(직경 31cm × 높이 30cm 이내)
- 케이크 구성:
- 버터크림 샌드
- 장미꽃 3송이 이상
- 도면에 맞게 구조 구성
- 다양한 파이핑 기법 사용
- 마지팬 동물:강아지, 토끼, 코끼리 (총 3종)
- 얼굴과 몸통, 꼬리까지 표현
- 사인버터:
- 사인판에 ‘행복 만들기’ 문구 쓰기
- 규칙:모든 장식은 식용 재료만 사용 / 창의성과 예술성이 평가 기준

> 당시 내가 제출했던 실제 작품
[2013년 경기대회 마지팬 케이크 썸네일]




코끼리의 실루엣만 머릿속에 맴돌았고,
심사위원님의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회시작, 5시간의 전쟁



'자, 대회 시작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5시간입니다.'


심사위원님의 외침과 함께
정해진 전쟁이 시작됐다.


먼저 케이크 시트를 자르고,
버터크림을 샌드 한 뒤, 1차 아이싱.


형태가 무너지지 않게 재빨리 냉장고에 넣었다.


작업대는 항상 깔끔하게
스승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대회 때는 작업대에 항. 상
항. 상, 항. 상,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해야 해.'


그 말을 떠올리며
작업대 위를 수시로 닦고 정리하며 진행했다.




마지팬 동물: 코끼리와의 싸움


가장 집중해야 할 시간이 왔다.
문제의 '코끼리' 만들기


길게 휘어진 코, 커다란 귀, 동그랗고 초롱한 눈,
묵직한 몸통과 다부진 다리, 그리고 짧은 꼬리까지.


내 손은 마치 자석에 끌리듯이,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모양을 잡아갔다.


색을 조합하고, 형태를 다듬고,
눈을 붙이고, 코를 굽히고,
귀를 넓게 펴고 다리를 튼튼하게 만들었다.


손끝에서 한 마리의 코끼리가
조심스럽게 태어났다.



연습 한 번 해본 적 없던 코끼리였지만,
어찌어찌 결국... 완성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아지, 토끼는
연습했던 기억을 따라 순조롭게 만들 수 있었다.


세 마리의 동물을 모두 완성하고 나니,
심장이 잠시 진정되는 듯했다.


그 순간,
심사위원님이 내가 만든 동물들을
한참을 빤히 바라보시더니,
조용히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손끝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며
긴장으로 온몸이 굳은 채,
작은 숨소리조차 삼키고 있었다.


'잘 나왔나....? 혹시 뭔가 부족했나....?'


끊임없이 마음속 질문이 들끓었다.


심사위원님은 내 작업대를 자주 오갔고,
그럴수록 손끝은 점점 더 예민해졌다.


'떨지 마. 그냥... 연습하던 대로.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집중하자.'





데코레이션- 흔들리는 크림, 흔들리는 나



이윽고 마지막 작업.
케이크 데코레이션.


초여름의 더위에
버터크림이 서서히 녹고 있었다.


'장미꽃도 짜야하고,
파이핑도 일정하게 짜야하는데...
이러다 크림이 끊어져버리면 어쩌지.?'



머릿속은 걱정으로 가득했지만
나는 그냥, 하던 대로 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응?
...이게 왜 이렇게 잘 나와...?'



연습보다 훨씬 더 잘 나왔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의 결과물.



속으로 미소가 번졌고,
작은 뿌듯함이 가슴 깊이 퍼졌다.


첫 대회 종료, 그리고 경기도대표 1등



대회 시간이 끝나고
작품을 제출하는 순간,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이제... 끝났구나.
다시는 연습 안 해도 되겠지?'


그러면서도


'조금 더 예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모든 정리하고 설거지를 마친 뒤,
심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잠시 후, 심사위원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3등 ㅇㅇㅇ선수님,
2등 ㅇㅇㅇ선수님,
1등 홍수민선수님 축하드립니다!

홍수민선수님은 경기도 대표로
이번 전국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박수 한번 쳐주세요.
다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순간,
기분이 묘했다.


'내가 경기도대표라니.......?
또 대회 준비 해야겠네...
아 몰라, 일단 집에 가자
아휴......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나는
첫 출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음은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경기도대표로 나간다.


내 생애 첫 대회는
몽글몽글하게, 벅차게
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 2013년 지방장애인기능경기대회 - 당일 제출 작품 ]



떨리는 손끝으로 완성한,

제 생애 첫 대회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