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인내, 그 연속의 직업
크루즈 승무원,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기다림을 빼면 성립이 안되는 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크루즈 승무원이되고 승선 날짜 (sign on date) 를 기다리는 것이 이번으로 세 번째이다.
첫번째는
나의 첫 배 (우리는 Mother Ship이라고 한다),
1차 그룹 면접, 2차 개인 면접, 3차 일본어 시험의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한 후,
배정 받을 배와 sign on date에 관한 연락을 기다렸다.
3주 정도 후에 선사에서 연락이 왔다.
버고에서 일본어 가능자가 필요하다며 2주 후에 승선하라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인 근무 조건은 부산에 있는 에이전트에 직접 방문하여 확인한 뒤 계약서에 싸인 →
선사에서 제공하는 항공 티켓으로 인천에서 홍콩으로 출국 →
홍콩 공항에서부터 배가 정박한 항구까지는 현지 에이전시의 안내 →
첫 계약 (first contract) 승선 (sign on 또는 embarking) →
기존 근무 기간은 9개월이었으나,
상사의 부재 및 업무 상의 이유로 장장 10개월을 근무한 후 하선 (sign off 또는 disembarking) 했다.
두번째는
my Mother Ship,
보통은 일단 첫 sign on을 하면, sign off 시에 그 다음 sign on date를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1~2개월 정도의 휴가 (vacation) 를 가진 뒤 계약서를 받게 된다.
하지만 선사와 내 사이에 있는 에이전시.
물론 편리함도 있으나, 완벽하지 않은 시스템의 피해로 인해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을 위해 애를 쓰며
다음 sign on date를 받아내야만 했다.
그렇게 2개월의 vacation 후,
second contract을 위해 re-sign on.
이번 contract의 기존 근무 기간은 8개월이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앞당겨 7개월을 근무한 후 sign off했다.
세번째는
선사를 바꾸어
계획한 바는 아니었으나, 前 선사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새롭게 몇 선사에 지원하게 되었다.
녹화 면접 (one way interview), 에이전시 면접 (Skype interview), 본사 인사과 면접 (Skype interview),
그 외 영어 시험 및 일본어 시험, 적성 검사 등을 거쳐
감사하게도 모두 좋은 결과를 거두어 최종 합격.
그 중 현존하는 선사 중 가장 오래된 178년의 역사와
클래식한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럭셔리 크루즈 라인 Cunard를 선택했다.
현재까지 한국인 승무원이 없었다는 것,
그래서 내가 제 1호 한국인 승무원이 된다는 것,
어깨가 무거우나 이 또한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이 선사는 한국인 승무원을 위한 에이전시가 존재하지 않아
모든 준비가 선사 인사과와 직접 연락하여 이뤄진다.
현재 건강 검진 및 각국의 선원 비자, 각종 서류 및 계약서의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 단계로서 6주 이상이 소요되는 Bermuda ID Card (버뮤다 선원수첩) 의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선사도 한국인이 처음이고, 나도 이 선사가 처음이다.
처음에는 한 달 정도 후면 배에 타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3개월이 되어간다.
그리고 어제 선사로부터 아무 문제 없이 진행 중이니 걱정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연락을 받은 상태이다.
갈 곳은 정해진 상태에서 날짜만 기다리면 된다는 상황이 감사할 조건이긴하다.
보통 면접이나 그 결과를 위해서도 몇 달 혹은 일 년이 넘게 소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기나긴 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을 하면, 승선을 위한 서류 준비로 또 다른 기다림이 기다린다.
그 준비가 끝나면, 승선 날짜를 기다린다.
승선을 하면, 하선 날짜를 휴가를 기다린다.
하선을 하면, 그 다음 승선 날짜를 기다린다.
이렇게 기다림과 인내, 그 연속이 기다린다.
세상의 모든 직업이 그러하겠지만,
現 크루즈 승무원에게도 크루즈 승무원 지망생에게도,
기다림을 기쁘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인내심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