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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Sep 02. 2020

5개월간 배에서 격리 생활

뉴스라인&세종경제신문 연재___코로나 충격속의 크루즈 1/4


크루즈 승무원은 선사와 직책마다 상이하지만 보통 6개월 정도 배에서 일을 하고 2개월 정도 휴가를 보낸 뒤 다시 승선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나는 지난해 2019년 10월 3일 큐나드 선사의 퀸 엘리자베스호에 또다시 승선했다. 5개월은 정상적인 크루즈 운항과 함께 일상적인 업무를 했다. 하지만 이후의 5개월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운항 중지와 국경 봉쇄로 인해 오갈 데 없는 바다 위의 크루즈 안에서 격리되어 비일상적인 업무를 했다. 그렇게 10개월이 지나서야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이후 격리시설에서 14일의 격리를 마치고 나서야 드디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형 크루즈선만 300여 척, 각 선사에 소속된 직원만 총 120만여 명인 크루즈 업계. 지난 2010년 19억여 명의 크루즈 승객에서 2019년 30억여 명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전 세계적으로 성장해온 글로벌 산업이다. 2020년 올해는 승객수가 32억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 승객들이 각 나라에서 소비하는 돈은 150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됐다. 평균적으로 크루즈 이용 승객의 82% 이상이 Repeater, 즉 단골이다.
 
 그러한 꿈의 크루즈가 32억 명의 승객을 태우고 전 세계를 유람하기는커녕, 승무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배의 상태를 유지하기 여념 없는 수개월의 코로나 쇼크를 바다에서 버텨내고 있다. 모든 크루즈 선사가 3월 중순 운항 중지를 시작으로 4월부터 승무원들에 대한 본국 송환작업을 시작했다. 5월에 10만, 6월에 4만 명 등 많은 승무원들이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직도(8월 현재) 1만여 명에 이르는 많은 승무원들이 바다 위에서 육지와는 다른 코로나 쇼크를 견뎌내고 있다.
 
 내가 승선해 있던 퀸 엘리자베스호는 3월 15일 2천여 명의 승객을 다 하선 시켰다. 이후 며칠은 솔직히 홀가분한 분위기였다. 24시간 접객해야 하는 승객은 단 1명도 없는 상태에서 승무원끼리 9만 톤짜리 대형 호화선의 시설을 누릴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승무원 전용 럭셔리 크루즈인 셈이었다. 평소에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선내 견학, 대청소, 객실 체험, 오픈덱 바비큐 파티, 풀 파티 등을 하며 마음껏 누렸다.
   



하지만 그런 행복하기만 했던 순간은 얼마 가지 않았다. 시드니에서 쫓겨나 호주 영해를 떠돌던 우리 배는 4월 7일 브리즈번에서 겨우 힘겹게 물자 공급을 받은 후, 호주와 뉴질랜드의 국경 봉쇄로 인해 갈 곳을 잃었다. 우리 배뿐만이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세균배양판 취급을 당한 크루즈 300여 척은 갈 곳을 잃었고, 4~5월까지만 운항 중지를 발표했던 선사들의 운항 중지 연장에 관한 발표가 잇달았다. 그로 인해 선사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직원들을 본국에 송환하기로 결정했다.
 
 크루즈는 다국적의 승무원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Multi-cultural(다문화) 환경이다. 퀸 엘리자베스호만 해도 당시 152국가에서 온 승무원이 총 975명있었다. 평소에는 이런 다국적 승무원의 승하선을 위하여, 공항까지의 차량과 자국까지의 항공편을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배가 갈 곳조차 없는 상태에서 승무원의 본국 송환을 준비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부분과 변수가 너무 많고 복잡했다. 우선 하선 및 송환할 수 있는 항구를 찾아야 했고, 찾았다고 해도 해당 국가와 항구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그에 따른 비자 및 해당 국가의 방역지침, 그에 따르는 모든 비용까지도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모든 조건을 고려하고 변수까지도 가늠하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성사시킬 수 있는 곳을 찾아 협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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