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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숨 Sep 07. 2023

(5)프랑스 석사: 파리 Ecole42 피씬 시험

프랑스인 백만장자가 설립하여 입학시험을 합격한 학생들에게 전액 학비를 무료로 지원하는 Ecole42 시험 Piscine을 올 7월에 보았다. 나는 한국에서는 이 학교에 대해 알지 못하였고 프랑스 현지에 가서 알았다.

정확히는 한 때 데이트하던 프랑스 남자가 졸업한 학교라서 알게되었다. 내가 개발자고 석사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42에 지원해 볼 것을 권했다. 결과적으로 이 남자와는 쫑났지만 한달간 시험보는 두번째 시험, La Piscine 시험에 합격하였다.

첫번째 시험은 온라인 시험이고 두번째 시험은 현장에서 치루어진다. 시험기간은 총 4주, 주말 포함하여 8~10시간씩 시험을 본다. 시험 본 학생들마다 다르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하루 11시간씩 학교에서 시험을 보곤 했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시험 3, 4주차이고 육체적으로는 2주차부터 무리가 온다.

우선, 나는 아침형 인간이기 때문에 9시~9시30분정도에는 학교에 도착했다. 아침의 분주한 파리와 난폭한 운전자들을 가로질러 자전거를 타고 등교했다. 3주차부턴 너무 힘들어서 무조건 지하철 탔다. 아침이야 집에서 대충 때우고 점심 저녁은 보통 사먹게 되는데 학교가 17구에 있다. 17구 중에서도 외곽에 있어서 날 잡고 친구들이랑 점심에 시내 레스토랑 가는거 아니면 근처에 질 안 좋은 음식들을 사먹었다. 나는 음식에 꽤 예민한 편인데 시험이 워낙 정신 없으니 별 생각없이 이것저것 우겨 넣었다. 시험 3, 4주차부터 시험 보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한다. 나는 시험 끝나고 골병났다.

지금 생각해보았을때 시험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Piscine 기간 동안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알게 모르게 서로 의지했기 때문이다. 나는 운좋게 첫째날에 어떤 프랑스인 여자애가 같이 다녀도 되냐며 말을 걸어 왔다. 또 이 친구가 다른 친구를 사귀고 여자 3명이서 그룹이 형성되었다. 이후 한달간 80~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고군분투하고 시험 정보를 공유하며 친해졌다. 더 깊이 가까워진 친구들도 10명~20명 가까이 된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노력을 하는 모습을 지켜봐서 그런지 쉽게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보통 연령대가 나보다 어려서 그런지 순수하고 열정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아이들이었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이후 시험에 합격한 친구들 떨어진 친구들 모두 있는데, 지금 내게는 모두 소중한 인연들이다. 프랑스 아이들은 밝고 늘 농담을 일삼지만,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는데 있어서는 어른스러운 점이 많다.

매일 해나가야할 과제가 있고 금요일마다 4시간 가량의 주간 시험을 보는데 나는 2주차에 시험을 망친적이 있다. 이때 정말 좌절스럽고, 다 포기하고 싶고 그랬는데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위로하고 이끌어준 덕분에 이 기간을 잘 넘길 수 있었다. 아침에 가서 인사하고 떠들고, 같이 점심먹자고 하며 서로 사진찍고 수다떨고 위로하고 웃고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싶다. 시험 끝나고 바로 한국 들어와서 쉬고 있는데 글 쓰다 보니 애들 다시 보고 싶어진다. 귀여운 아이들.

대략 2주 정도 지나고 시험 결과가 발표되었고 나는 합격하였다. 정말 친하게 지낸 아이들 중에 떨어진 애들도 많아서 마음이 살짝 아팠지만, 아직 어리고 열정적이라서 분명히 성공할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프랑스 애들 성격이 뭐 떨어졌다고 해서 우울하거나 좌절하거나 하지않는다. 이런점들을 보면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다고 느낀다. 나는 작은일로도 실패라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말이다. 곧 프랑스에 다시 돌아가고, 아이들을 다시 볼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La Piscine이라는 시험은 살면서 잊지못할 경험 중 하나 인 것 같다. 아이들과 불어와 영어로 소통하는 것도, 나와 문화권이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던 기회도, 20대 후반 넘어서 고등학교 때처럼 시험 하나에 모든 정신을 걸고 노력했던 것도 내게는 참으로 색다른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