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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숨 Sep 15. 2023

(8)프랑스 석사: 한국행에 대한 진지한 고민

아마 90%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개강을 하고 첫번째 수업을 들으면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 이 도시에서 1년을 보냈건만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들. 

아무도 환영해주는이 없는 이 연고없는 도시에서 살아가게 될 외로움.

이미 알고있는 것을 배우는 석사 수업에 대한 회의감.


나뿐만 아니라 컴공 배경이 있는 학생들은 이미 수업을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위해 2년간 배워야 한다니. 이 모든 지루함과 외로움이 단순히 프랑스에 도착해서 느낀 낯선 이방인의 감정은 아닌것 같다. 방학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프랑스에 돌아가기 싫어졌다. 따스한 가족과 친구의 품이 너무나도 좋았다. 프랑스에 돌아오니 오랜 기간 방황했던 내 마음의 소용돌이가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내가 찾아 헤매던 사랑, 안정감, 편안함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들이 사실은 나의 뿌리가 있는 곳에 있음을 느겼다.


오랫동안 원했던 프랑스 유학길. 해외에서의 삶과 정착. 한국사회에 대한 환멸감. 여러가지 욕망과 꿈으로 뒤엉킨 내 선택이었건만 이제는 그것을 원치 않는다. 우선, 누가 이미 알고있는 수업을 듣고 싶겠는가. 무엇보다도 내 성격이 강의실에 앉아 몇시간이고 수업 듣기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결정을 미루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나는 이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든다. 이번 만큼은 그 누구의 조언도 구하지 않고 나 스스로 온전히 결정해보고 싶다. 사람 마음이 참으로 신기하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꿈꾸고 노력했건만, 막상 그 꿈이 이루어지니 내가 그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힘들게 이루어놓은 내 노력이 사라진다는 것이 두렵다. 


이번 프랑스행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프랑스에 돌아오는 길. 기나긴 인도 경유를 마치고 도착한 곳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지침이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었고 짐을 찾으면서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게 된다면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이 생각만이 내 정신을 온전히 지배했다. 


왜 이번은 다를까. 나는 1년 유학중에 한국에 총 세번 들어갔다. 석사에 대한 꿈이 있었기에 프랑스에 돌아올 때는 늘 막연한 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석사 수업을 들으니 인턴십을 제외하고 1년반 동안 이걸 할 자신이 없어졌다. 겨울에 한국으로 돌아가 개발자로서 근무하고 싶다. 그 후에 인도여행이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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