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에 시작한 학교 팀 프로젝트를 메이트가 끝내지 못하였다.
프로젝트는 와해되고 난 방학이 끝나 다시 9월에 프로젝트를 해야했고 새로운 팀플을 구해야했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A가 있는데 그 친구가 코드를 잘 짜지 못한다는걸 알면서도 팀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덥썩 OK를 해버렸다.
코드를 잘 짜지 못하는 것 뿐아니라, 나보다 과제 제출 기한이 넉넉하여 조금 더 여유롭게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과제에서 내 파트를 이미 끝냈기에, 새로 팀을 구할 수 있으면 친구A와 하고 싶지 않았고 이 마음을 사실대로 말하니까 친구A가 기분 나빠했다.
친구 사이가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다시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로 했다. 그런데, 과제에서 다른 파트를 거의 끝냄 + 나랑 이미 친함 + 둘다 과제 제출 기한이 넉넉하지 않아 초조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친구B가 내게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아마, 원래 하기로 했던 친구A랑 안 하고 이 친구B랑 하는 쪽으로 갈 것 같다... 친구B한테 일단 내 상황을 설명해놨다. 친구 A한테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고. 불편한 얘기를 꺼내야 하는 순간들. 하. 이번 일을 겪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내가 참 욕 먹을 짓을 하고 욕 먹기 싫어하는구나 ㅋㅋㅋㅋ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 스스로 참 반성도 많이 하게 되고 뭐랄까...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나조차도 내 의견을 번복하고 다른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서든 작은 프로젝트에서든 자기가 원하는 선택을 하지 않으면 계속 후회하고 번복하고 그런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최선이 아니고 차선을 찾으면 눈이 휙휙 돌아간달까.
스스로 자신감을 잃을수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잃게 되는 것 같다. 한번 마음 먹은 일은 욕을 먹더라도 마음 먹고 해내야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내 인생의 지휘권을 주는 일이 된다... 같이 프로젝트를 할 때 거절당할 까 두려워 그냥 수동적이 된것이다. 나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본 친구B 같은 경우는, 나도 마음 속으로 염두해 두고 있던 친구였다. 근데, 말 그대로 거절 당할까 두려웠고 결국 이 사단이 났다.
이 프로젝트 뿐 아니라, 나는 요즘들어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이 강한 마음은 불안감에서 비롯된 일이 아닌가 되돌아 보게 된다... 나를 두렵게하고 스트레스주는 이 순간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이렇게 내린 결정은 내게 분명 후회와 아픔을 주겠지.
이뿐만이 아니라, 지금 내가 내 인생에서 내린 결정들은 다들 순간적이고 충동적이었다. 그 때 그 때 두려움과 싫증으로 인해 내린 결정들 말이다. 아마 지금 내가 프랑스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내 유학생활은 명확한 목표 없이 시작했기 때문이겠지. 나도 내가 이미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면서도 왜 또 유학을 와서 개고생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다가도, 피에르나 다른 인간관계랑 떨어지게 될 한국에서의 내 삶에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 일을 계기로 내가 한국으로 돌아감에 있어 피에르란 변수보다 내 자신을 최우선으로 두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기분에 따라 피에르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변덕을 부리거나,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라거나 이런 가벼운 소리는 당장 집어치워야겠다. 어짜피 지나갈 나의 생각들로 더 이상 타인에게 변덕과 심술을 부려 성처주고 싶지 않다.
문득, 프랑스에 오게 된 것이 코드를 배우러 온 것이 아니라 나의 모지리 점들을 고치러 온 것이 아닐까 싶다. 과연 이 문제들을 내가 고칠수나 있을까 싶다가도 정말 노력하고 싶다. 가끔씩 어떤 감정이나 느낌, 기분에 휩사일때 그것이 내 세상처럼 변한다. 당장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가 제일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