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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숨 Oct 02. 2024

프랑스 생활 2년차, 동거의 시작

10월 1일 이사를 했다.

남자친구랑 같이 살게 되었고 동거라면 동거의 시작이다.

사실 이전에 나 혼자 살 때도, 피에르가 우리 집에서 자는 날이 자기 집에서 자는 날보다 많았기에 크게 차이는 모르겠다. 거실이 생겨 공간 분리가 된다는 점이 더 좋은 점이면 좋은 점이다.


프랑스에서 동거는 일반적이기에 어느정도 생각했던 모습이긴 하다. 우리가 연애하고 서로가 편해질 쯔음인 1년반~2년 사이에 시작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애한지 10개월만에 살림을 합치게 되었다.


동거를 결심한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 있던 스튜디오에서 쥐가 나와서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같이 집을 구하기로 했고 비짓 한 번 하고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 스튜디오는은 내가 애정하던 집이었다. 다만, 스튜디오로 이사간 첫 날 청소를 하다가 쥐덫을 발견하게 되었다. 너무 놀라 집주인에게 연락하니 집주인이 쥐가 나온지 5년정도 됬다고 안심시켜줬는데 한달 후 실제로 쥐를 목격했다. 그 후로, 집주인이 쥐 회사도 불러주고 했는데 5개월정도 후 또 다시 작은 쥐가 출몰한 것이다. 진정한 파리 라따뚜이다. 


쥐를 다시 봤을 땐, 이 집을 떠나야겠단 생각뿐이었다. 왜냐면 이후로 화장실 갈때나 부엌에서나 작은 소리에만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도저히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집을 보면서 내가 신경쓴 점은 단 한가지. 새로 리모델링이 되었냐이다. 프랑스 파리의 집은 로맨틱하면 로맨틱하나 오래된 집은 쥐가 출몰한다. 쥐 구멍이 뽕뽕 벽에 많이 뚤려있기 때문이다. 새로 이사온 집은, 집주인이 싹다 리모델링하고 우리가 첫 세입자라고 해서 다른것 안보고 이것만 보고 이사왔다. 


이사온 날 집을 청소하는데 약간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뭐랄까... 이전까지 파리에서 구한 집들은 세입자에 대한 배려가 1도 없는 낡고 더러운 집들이었다. 그런 집들도 비싸게 임대하며 울며 겨자먹기로 살았는데 프랑스인 보증인(피에르 아버님)과 프랑스인과 집을 구하니 가장 낮은 가격에 이렇게 좋은 집을 임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슬펐다. 이전 집들은 내가 아무리 청소하고 부지런 떨어도 어찌할 수 없는 낡은 구식의 집들이었다. 못본척하면서 살아야하는 것들도 많고 말이다. 게다가 쥐가 나온것 자체가 정상이 아닌데, 나보고 집을 더럽게 쓰냐는듯한 의심하는 발언의 집주인때문에 기분도 나빴다. 같은 건물의 다른 세입자들은 쥐를 못봤다면서. 화장실에 구멍이 안 뚫려있으니까 못봤겠지 !  피에르가 건물 0층에서 죽은 쥐의 시체를 목격한 것도 말해줬다. 이 건물에는 쥐가 드글드글댄다.


유학생 블루인가. 우울할 일이 없는데 우울하고 외롭고 춥고 그런다. 피에르의 애정도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만큼 내 마음이 쓸쓸하고 차가워졌다. 준비되지 않은 동거라는 환경이 낯설기도 하면서 조국에서 살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집이 엄청나게 부유하지 않은 이상... 유학 2년차로 넘어가니 유학생 현실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돈은 돈대로 깨지고, 학교는 도대체 언제 졸업하고 돈벌어서 취직하나 생각도 들고... 멀리 떨어진 가족들도 그립고. 애인이 생기면서 책임감은 더 커져가는데, 정작 나를 위해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사온 첫날은 푹 잠을 자지 못하였다. 어깨도 결리고 마음도 불편하여 일부러 일찍 일어났다. 넓어진 거실 공간에서 요가하고 명상하며 스스로를 좀 돌봐줄 예정이다. 나마스테. 부디 제게 밝은 마음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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