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괜찮다는 말 대신, 그냥 옆에 있는 일〉

by 수미소

9화 〈괜찮다는 말 대신, 그냥 옆에 있는 일〉

동행


가끔은 말보다 그냥 옆에 있어주는 일이 더 큰 위로가 된다.
누군가의 고통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 곁을 지켜주는 일.
그건 사랑보다 깊고, 위로보다 오래 남는 마음의 언어다.

나는 예전엔 위로란 ‘말’로 하는 거라 믿었다.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그 마음을 달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내요.”
“다 잘 될 거예요.”
그 말들이 최선이라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말이 칼처럼 돌아올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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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오랜 투병 끝에 부모님을 떠나보낸 날이었다.
나는 어설픈 위로라도 전하고 싶었다.
“그래도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그 말이 내 입을 떠나자, 친구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때 알았다.
위로라는 말이 때로는 상대의 슬픔을 덮어버리는 것임을.
그 후로 나는 쉽게 ‘힘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대신, 조용히 커피 한 잔을 건넸다.
잠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이야말로, 가장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처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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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의 아픔을 해결하려 든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통은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병처럼, 상처처럼, 시간에 녹아 사라져야만 하는 일들이다.
그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곁에 있는 것,
함께 견디는 것.

어머니가 그런 분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으셨다.
대신 상으로 돌아와 가장역활을 하셨다
“괜찮다"
그 한마디 속에는 위로도, 체념도, 사랑도 다 들어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배웠다.
진짜 위로는 말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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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한 동료가 실수를 하고 크게 혼이 났다.
그날 회의가 끝난 뒤, 그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를 따라가 조용히 복도 끝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건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나란히 벽에 기대어, 따뜻한 컵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때 그는 말했다.
그냥, 이렇게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말보다 온도가 먼저 닿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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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이에서도, 말보다 침묵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퇴근 후 각자 방으로 들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밤.
그런 날이면 아내는 먼저 식탁 위에 밥를 올려놓는다.
나는 그 앞에 앉아 조용히 같이 밭을 먹는다.

"밥 맛있네, 오늘 좀 피곤하네."
그 침묵 속엔 싸움도, 설명도, 이유도 없다.
그저 하루를 버텨낸 사람끼리의 무언의 이해가 있다.

사랑은 꼭 다정한 말로만 표현되는 게 아니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바라봐주는 일,
조용히 그 자리를 지켜주는 일이 더 큰 사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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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누군가에게 ‘괜찮아요?’라는 말을 꺼내기 전에 잠시 멈춘다.
그 질문은 상대에게 ‘괜찮아야만 한다’는 부담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신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그냥 여기 있을게요.”

그렇게 함께 있어준 시간들은,
이상하게도 나 자신을 치유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 침묵의 순간에 내 마음이 먼저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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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다.
세상엔 말보다 ‘존재’로 위로되는 일들이 많다는 걸.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건 거창한 조언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옆에 서 있는 한 사람의 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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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는 말보다, 그냥 옆에 있는 일이 더 큰 위로였다.”
“우리는 서로를 고치지 못해도, 함께 버틸 수는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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