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술 안 마신다고 하면 다들 묻는다〉

by 수미소



〈술 안 마신다고 하면 다들 묻는다〉
(When You Say You Don’t Drink, Everyone Asks Why)


---

한국에서는 술을 거절하는 일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사건이 된다.

누군가 “저는 술을 안 마셔요.”라고 말하면
공기 중에 어색한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이렇게 묻는다.

>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함께 취하지 못하면, 대화도 이어지지 않는다’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믿음이 숨어 있다.


---

나도 한때는 그 믿음을 따랐다.
회식 자리에서 ‘술이 약하다’는 말을 꺼내는 게
능력 부족처럼 느껴지던 시절.
‘술로 정을 쌓는다’는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던 때.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아무 이유 없이 술을 마시고
아무 기억 없이 집에 돌아온 밤이
왠지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 나는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상한 변화가 시작됐다.


---

사람들은 내게 이유를 물었다.

> “건강 때문에요?”
“종교 때문에?”
“아니면… 무슨 사연이?”



아무 이유도 없다고 하면
그건 오히려 더 낯설게 들리는 모양이다.

어떤 사람은 내게 “재수 없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너 때문에 분위기 깨진다”고 했다.
술을 거부한 게 아니라,
그들의 ‘습관’을 건드린 것이었다.


---

이상하게도, 술을 끊자
사람들은 나를 불편해했다.
누군가는 “너 있으면 술맛이 안 난다”며
모임에서 나를 빼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들에게 나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도 있었다.
술 없이도 대화가 이어지고,
기억나는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진짜 내 편이었다.


---

이제 나는 안다.
술을 끊는 건, 단순히 건강한 선택이 아니라
관계의 재편성이다.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나는 나 자신을,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 “술 없이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다.”




---

이전 09화9화 〈괜찮다는 말 대신, 그냥 옆에 있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