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로 출근하면 가장 먼저 회사 공유 캘린더를 확인했다.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과 더불어 새롭게 잡힌 회의가 있는지 점검하며 일과를 시작했다. 내가 일하던 회사는 컨설팅업의 특성상 회의가 많은 조직이었기 때문에 수시로 회의 시간이 조정・생성되었기 때문이다. 매번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가 새롭다 보니 클라이언트와 업무 협의를 위한 회의, 업무 협의를 준비하는 내부 회의, A 프로젝트 회의, A 프로젝트의 사이드 업무 회의, B 프로젝트 기획안 콘셉트 회의, 주간 회의, 월간 회의, 분기별 회의, 반기별 회의 등…. 일이 몰리는 기간에는 하루 종일 꼬박 회의만 하다가 퇴근 시간이 돼서야 홀로 업무를 대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는 했다. 특히 신입 때는 회의에 들어가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할 말도 없어 더 곤욕스러웠다. 수많은 회의에 치여 회의감에 젖어갈 때면 "어차피 팀장이나 대표가 결정한 대로 진행될 텐데 뭐 하러 이렇게 다 같이 좁은 회의실에 모여 아웅다웅 애를 쓴담…."이라며 멋모르는 아쉬움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나고 보면 결국 회의를 통해 일을 배울 수 있었고 회의를 통해 일이 진행되었다. 사실 회의라는 게 별것인가. 논의 사항을 두고 여럿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행위다. 더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결과를 만들기 위한 의사소통이다. 그러니 의사소통을 통해 일을 배웠던 것이고, 의사소통을 통해 일이 진행되었다. 결국 회의의 본질은 의사소통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회의가 영 답답하고 힘이 들었던 것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그런 것이고, 회의가 보람되고 생산적이었던 이유는 의사소통이 원활했기 때문이다. 이는 회의뿐 아니라 이메일, 전화, 문서 작성 하다못해 인사를 주고받는 것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결국 좋은 의사소통이 좋은 인사 문화, 좋은 문서 작성, 좋은 전화, 좋은 이메일 소통 등 좋은 직장생활을 만든다. 물론 "제 할 일만 잘하면 된다.", "성공한 CEO 중에는 소시오패스가 많더라."와 같이 말한다면 무어라 반박하기 어렵다.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직장생활은 제각각이나 내가 추구하는 결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되도록 서로가 서로를 너그럽게 보완할 수 있고 완곡한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만드는 직장생활을 추구한다.
다시 돌아와 내가 느끼고 적용하려 애쓰는 좋은 직장생활, 즉 좋은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첫 번째로는 적극적인 경청이다. 뻔하고 누구나 들어본 말이지만, 뻔하고 누구나 들어본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경청을 안하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경청은 상담이나 코칭에서 많이 적용되는 방법인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와 같다. 상대방의 말에 호기심을 가지기, 대화를 확장할 수 있도록 개방형 질문하기, 비언어적인 표현을 함께 주고받는 것이다. 한두 줄의 축약된 글로 보니 별것 아닌 듯하지만 실제로 일터에서 적극적 경청을 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자. 몇 없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전 직장 동료 중 팀장님이 떠오른다. 팀장님은 많은 팀원들, 심지어 부서이동을 한 다른 팀원들에게도 정신적 지주같은 존재였는데 함께 오랫동안 일해온 나는 바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팀장님께서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사람이었다. 대화를 나눌 때면 문맥과 저의를 정확히 파악하고, 쉽게 첨언하지 않으며, 즐거운 일에 크게 웃고 신중한 일에는 덧없이 신중하셨다. 이러한 모습에 나 역시 이 팀장님을 좋아하고 따랐으며 이런 부분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