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는 사전 준비가 있다. 의사소통에 있어 사전 준비라 하면 약간 어색하지만, 업무 회의에 있어 사전 준비란 필수 요소다. 언제(회의 시간), 어떤(회의 안건), 누구와(회의 참여자), 어떤 결과를(회의 방향성), 회의 이후 각자의 과업(업무 분업)에 대한 구조를 반드시 설정해서 가져가야 한다. 업무 회의를 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겠지만 자칫하면 내용이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 내비게이션이 있어야 한다. 사전 준비를 통해 의사소통의 정확함과 간결함을 가져가야 하는 이유이다.
세 번째로는 신뢰성이다. 어느 정도 다정한 뉘앙스로 직장생활을 이야기했지만, 결코 간과해서 안 되는 직장생활의 핵심 요소는 효율성과 효과성이다. 회사(조직) 이라는 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인 공익이나 사적인 이윤을 위해 경쟁하고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인 만큼 효율성・효과성을 추구하며 일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인 요소다. 그리고 이 요소는 신뢰성 있는 의사소통에 기반한다. 우리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의 수준, 범위 등을 조율하는 것에서부터 팀 내 소통 과정에서 본인이 수행할 수 있는 수준과 범위 그리고 진행 상황 등이 정직하게 공유되어야 소통의 손실을 최소화하며 일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후배를 두며 일하던 때 가장 많이 하던 말이 “제 말 이해했어요?”였다. 의욕은 좋은 사람이어서 항상 “네! 이해했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대체로 엉뚱한 결과물을 들고 오던 그 후배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떨어져 갔고 업무의 효율은 바닥으로 치달았다. 이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되어 갈 것 같아 어느 날 후배와 함께 따로 티타임을 가지며 말했다. “혹시 제가 주는 업무가 이해되지 않거나, 방향성이 헷갈리면 중간에 수시로 물어보세요. 엉뚱한 결과물을 가지고 와서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면 서로 더 안 좋은 일이에요. 제 말 이해했죠?”라고 말하자 후배는 씩씩하게 “네! 이해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경우를 겪으며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수준과 범위 그리고 진행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상황에 대해 보다 자주 정확하게 공유하며 신뢰성을 더하는 것이 함께 일할 때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는 구성원으로서 조직의 핵심 가치를 함양하는 것이다. 꽤 사측과 같은 발언이지만 다 이유가 있다.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개인이 조직을 완전히 대표할 수는 없다. 업무에서 조직 또는 개인을 대상으로 의사소통할 때 순간적인 대변인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조직 구성원으로서 내・외부의 채널과 소통할 때 조직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어떤 뉘앙스를 사용하며, 의사결정에 앞서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비유하자면, 여러 사람이 함께 합창할 때 각자의 생김새, 목소리, 톤이 다르지만 하나의 곡을 같은 의도로 함께 부르는 것과 유사하다. 각 구성원은 자신의 개성과 역할을 지니면서도, 조직의 목표와 가치에 따라 조화롭지만, 일관성 있게 소통해야 한다. 그렇게 조직의 핵심 가치를 이해하고 내재화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위의 방법 외에도 좋은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어쨌든 나의 경험에 비롯한 고백이 스스로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닿아 좀 더 원활한 의사소통의 도움이 된다면, 그래서 앞으로의 직장생활에 좀 더 위로와 응원이 될 수 있다면 구구절절한 오늘의 글쓰기가 좀 덜 초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