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노래를 듣는 아침
아침에는 무언의 위로가 필요하다.
지난밤 늦은 숙제를 하는 아이와 자정까지 실랑이를 한 까닭에 더욱 몸이 무거운 새벽.
겨우 도시락을 싸놓고 아이들을 깨운다.
어제 밖에서 놀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상처가 난 딸아이 얼굴에 새 밴드를 붙여주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정하는 아들 녀석을 겨우겨우 달래 등을 떠밀고 나서
어느새 알싸해진 늦새벽 공기를 마시며 그저 터벅터벅 걷는다.
일상의 눅눅함에 퀴퀴해진 몸과 마음을 풀어놓는 시간.
구름 사이로 어제와 다른 아침의 해가 여지없이 떠오르고
새들이 속삭이는 새로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복잡했던 세상과 아무 상관없는 듯 내 몸이 길 따라 흐르고 있다.
제법 숨이 차오를 때쯤 가던 길을 돌아와 걷다 보면 어느새 처음의 그 자리.
늘어져 있던 팔다리에 조금 힘이 붙어 있다.
다시 일상의 문을 열 용기를 얻은 아침.
가만히 옛날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는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나르는
새들의 날갯죽지 위에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광장을 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 위에
바람 속을 달려 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저 지친 어깨 위에
시장 어귀에 엄마품에서 잠든 아가의
마른 이마 위에
공원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 위에
아무도 없는 땅에 홀로 서있는 친구의
굳센 미소위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수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밤 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러만가는 저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시인과 촌장 '사랑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