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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Mar 13. 2022

비우면 제대로 살 수 있습니다.

유지승의 도덕경 읽기 2022년 3월 13일

16장 

마음의 비어 있음을 지극히 하고 마음의 고요함을 잘 유하세요. 모든 것이 함께 일어나는데, 나는 그것이 다시 근본으로 돌아감만을 봅니다. 만물은 무성하게 자라 서로 엉키지만 그 모두 다시 근본으로 돌아갑니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고 고요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두고 운명을 따른다고 합니다. 운명을 따른다는 것은 변치 않는 것입니다. 늘 변하지 않는 것을 아는 것은 밝다고 합니다. 항상 변하지 않은 것을 알지 못하면 망령되어 화를 자초합니다. 항상 변하지 않은 것을 알면 모든 것을 수용하게 되고 이와 같은 모든 것을 수용하면 공평하게 되고 공평하게 되면 왕과 같이 되고, 왕과 같이 되면 하늘과 같아지고 하늘과 합해지니 도와 하나가 됩니다. 도와 합해지면 영원해집니다. 몸이 다하는 날까지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十六. 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 是謂復命. 復命曰常, 知常曰明. 不知常, 妄作凶. 知常容, 容乃公, 公乃王, 王乃天, 天乃道, 道乃久. 沒身不殆.

십육. 치허극, 수정독. 만물병작, 오이관복. 부물운운, 각복귀기근. 귀근왈정, 시위복명. 복명왈상, 지상왈명. 부지상, 망작흉. 지상용, 용내공, 공내왕, 왕내천, 천내도, 도내구, 몰신불태.


풀이: 살기 참 힘듭니다. 모든 것이 더 빠르게 앞으로 가려고 다투고 있습니다. 더 많이 벌려고 애씁니다. 집값도 혹시나 내려가게 할까 봐 걱정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혹시나 뒤처지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나의 실수이면 어쩌나 싶기도 합니다. 불안합니다. 이런 불안의 시기, 이 불안과 패배는 나의 탓이 아니라, 나의 운명 탓이란 생각이 마음을 편하게 하기에 점집을 찾기도 하고 자신의 운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에 혹하기도 합니다. 결국 자신의 운세 탓이지 자기 탓은 아니란 말이 자기 자신의 무능 탓이란 말보다는 덜 슬프니 말입니다. 얼마나 불안하면 그렇게 사람들이 과학의 언어와 고전의 언어 등으로 치장한 거짓의 논리에 빠져드는 것일까요?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 불안은 또 욕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욕심 탓이기도 하단 말입니다. 그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 두고 그 고요의 상태를 유지하면 결국 이 세상 모든 것이 이런저런 온갖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도 결국 그 끝은 같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고요해지는 겁니다. 비어 지는 겁니다. 


비어 지면 무슨 일이 있어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채워진 것이 흔들리지 비워진 것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채우려는 고집과 욕심도 없으니 강박의 마음도 없습니다. 그렇게 비어지면 우주의 도가 그와 하나가 됩니다. 참 신기하죠. 우주의 도는 무엇으로 가득 채우려는 이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그에게 보이는 것은 욕심뿐입니다. 욕심 말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죽어가는 이 앞에서도 보험금이 더 먼저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이는 자기 자신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그저 자기 욕심만 볼뿐입니다. 


우리 모두는 결국 다 비어 질 겁니다. 사라질 겁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밝아집니다. 선명해집니다. 더 나은 것도 더 못한 것도 없이 다 같아 보입니다. 자기 욕심으로 세상을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때 세상은 있는 그대로 보입니다. 그때 그대로의 우주를 바라보는 지혜의 왕이 되지만 지배하는 왕이 아니라 우주의 도와 하나 되는 비워진 존재입니다. 사라짐, 결국 모든 것이 비어 진다는 것을 아는 이에게 죽음은 무엇일까요. 그저 삶만큼이나 분명한 내 존재의 한 순간이겠지요.


살기 참 힘듭니다. 그런데 자기 삶을 제대로 지배하는 왕, 욕심에서 자유로운 자기 존재의 왕이 되어 보세요. 비우고 비우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겁니다. 


2022년 3월 13일

유지승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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