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쟁(有諍)

by 유대칠 자까

유쟁(有諍)


나의 생각과 욕심만이 정답이라고 살면 참 편해 보인다. 이런저런 고민 없이 그냥 그 정답 속에 살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 화와 조롱이 마음을 채운다. 자신의 정답과 다르면 조롱하고 때론 화를 낸다. 나의 생각과 욕심만 정답이라고 살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 그냥 그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어리석다. 다른 새로운 것을 볼 눈이 없으니 말이다.


한 친구와 어느 산의 경치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누구는 가을이 참 아름답다 하고 누구는 가을에 가보지 못했지만 여름도 아름답다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그곳에 유명 브랜드의 카페 하나를 차리면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사람이 오가고 경치가 좋으니 말이다. 마음이 아파 힘든 시간을 보낸 친구 하나가 어느 신경정신과 의사의 치료로 많이 좋아졌다며 의사를 향한 고마움을 이야기하자 그 친구는 역시나 이젠 신경정신과가 돈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아들이 신경정신과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했다. 그 친구와의 대화는 거의 돈과 관련되어 대화로 끝이 난다. 그의 눈에 나는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산구경을 다니는 철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돈을 향한 그의 욕심은 그로 하여금 나의 소중한 지금을 조롱하게 하고, 또 산의 아름다움도 의사의 고마움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유쟁(有諍)이란 말이 있다. ‘쟁(諍)’을 가진다는 말로 그 뜻은 번뇌를 가진다는 말이다. 유쟁을 두고 흔히 탐진치(貪瞋癡)라 한다. 무엇을 이루고 가지려는 욕심의 마음이란 뜻의 탐욕심(貪欲心), 자기 욕심대로 되지 않으니 일어나는 분노의 마음인 진에심(瞋恚心), 욕심과 분노로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마음인 우치심(愚癡心), 바로 이것이 탐진치다. 이 세 가지 마음을 두고 열반을 향한 길의 세 방해꾼이라 한다. 마음의 자유를 가로막는 마음의 방해꾼 말이다.


돈을 향한 욕심으로만 살아가니 모든 것이 돈이다. 가족과의 식사, 쉽지 않은 그 소중한 시간도 돈으로 계산한다. 그리고 자기 욕심대로 되지 않으니 화를 난다. 더불어 대화하고 식사하는 그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거다. 자기 자식의 삶도 자신의 욕심대로 되지 않으니 화를 낸다. 결국 자신의 욕심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들이 살고자 하는 삶이 무엇인지 보지 못한 거다. 이게 번뇌 속에 살아가는 삶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아무리 큰 권력을 가졌다 해도, 이것이 바로 유쟁 속에서 괴로워하며 살아간다는 거다.


2022년 10월 31일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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