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대칠 자까 May 17. 2023

'나'

너로 인해 나로 인해 나다

‘나’     


나는 네가 아닌 나다. 

맞는 말이다. 

나는 네가 아니니.

그러나 

이 말은 너를 부정함으로 나를 긍정하는 건 아니다. 

사실 

나와 다른 너를 긍정함으로 나를 긍정함이다. 

내가 알아들은 이 말의 뜻은 그렇다. 

나와 다른 네가 있어야 

너와 다른 내가 있다. 

나와 완전히 같은 너뿐인 세상, 

네가 모두 나와 완전히 같은 그런 세상, 

그곳에선 나도 나는 아니다. 

나도 내가 될 수 없다.

네가 너로 있을 수 없으니.

너라는 나가 나로 있는 곳에 

나라는 나도 나로 있을 수 있다. 

너와 나의 다름이 무너진 곳에 나도 없고 너도 없다. 

너와 나의 다름이 당연한 곳, 

나는 나이고 너의 편에서 너라는 나도 나라는 나와 다른 너라는 나로 나와 달리 있는 그런 곳, 

그곳에서 우린 서로 다른 나와 너는 온전히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다. 

너와 내가 만나 마음을 열고 듣고 마음을 열고 말하는 그런 대화가 당연한 곳, 

너의 눈물이 남의 눈물이 아니라, 우리라는 전체 가운데 나의 눈물이 되는 곳,

나의 눈물 역시 그렇게 너의 눈물이 되는 곳.

바로 그곳에서 나는 온전히 나다. 

너로 인해. 

그리고 

나로 인해.


2023.05.17

유대칠 새벽... 서재에서...


2022년 안동 봉정사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