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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May 21. 2023

대화

우리가 되는 시간

대화

: 우리가 되는 시간   

  

대화란 말하는 시간이 아니라

듣는 시간이다.

더 정확히는

듣고 말하는 시간이다.

듣지 않고 말하는 시간이 아니다.

대화란 답을 정하고 답을 통보하는 그런 시간이 아니라

듣고 

더불어 아파하고 

더불어 기뻐하며

더불어 우리가 되는 시간이다.

아파 힘든 이와 

대화할 땐

그의 아픔을 평가하거나 

그의 아픔을 탓하거나

그의 아픔을 구경해선 안 된다.

대화란

그런 시간이 아니다.

우선 아픔을 듣고 

더불어 아파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제대로 더불어 아플 때 

제대로 대화할 수 있다.

기쁜 이와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의 기쁨을 

더불어 기뻐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의 기쁨 앞에 

그의 기쁨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그의 기쁨보다 

자기 자신의 기쁨이 더 크다며 

과시하는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그의 기쁨을 무시하는 시간이 되어 버리니 말이다.

제대로 기쁠 때

그때 대화는 제대로 대화가 된다.

그리고 

그 대화로 

나와 너는 우리가 된다. 

더불어 하나가 된다.

오랜 시간 우린 대화하지 못했다.

대화의 조건은 

아집을 비움이다.

아집이 가득한 곳에 

나와 대화하는 이의 

아픔도

기쁨도 

더불어 있을 수 없다.

귀로 듣지만

품을 수 없다.

더불어 아플 수도 없고

더불어 기쁠 수도 없다.

아집을 비우고 비울수록

나와 대화하는 이의 

아픔도 

기쁨도 

다가와 더불어 하나가 될 수 있다.

그 아픔도 

그 기쁨도 

홀로 외롭지 않은 곳에 

나도 그들과 더불어

홀로 외롭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 있을 수 있다.

대화라는 

아집을 비우고 

너의 아픔과 

너의 기쁨을 

품어 

더불어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둘이 제대로 우리가 되는 시간이다.

외로운 시대,

홀로 있음이 일살이 되어가는 아픈 시대,

지금이라도 

대화하자.

애써 아집을 비우고 비우자.

그 비워진 만큼 

나와 너는

우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2023. 05. 21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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