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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May 19. 2023

만남

우리는 만남이란 애씀이다

만남

: 우리는 만남이란 애씀이다. 


‘우리’는 고정된 하나의 무엇이 아니다. 

‘우리’는 고정된 하나의 무엇이 아니라, 만나 대화함이고, 만나 대화하려는 노력이다.

만나지 않고 

대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없다.

아무리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다 해도 

만나지는 건 아니다.

만남은 가만히 있으면 만나게 되는 게 아니다. 애써 만나고자 해야 한다.

수동이 아니라 능동이다.

너의 아픔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열고 품어야 한다.

나의 아픔이 되도록.

나의 아픔 역시 너에게 평가받는 게 아니라,

너의 마음에 품어져야 한다.

나의 아픔이 너에게도 나의 아픔이 되도록.

태어나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알게 된 나는 온전히 너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서다.

나는 사람이지만, 

나는 사람이란 일반명사로 사는 게 아니다.

나는 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고유명사로 산다.

더 정확하게는 너의 앞, 너의 누구로 산다.

사랑하는 연인, 너와 더불어 너의 누구로 살고

사랑하는 가족, 너와 더불어 너의 누구로 살고

사랑하는 친구, 너와 더불어 너의 누구로 산다.

나는 사람이란 무엇으로 사는 게 아니라

너의 누구로 산다.

너 역시 나의 누구로 산다.

나도 너도 

결국 우리 가운데 제대로 산다.

우리 가운데 나도 너도 서로에게 ‘누구’가 되니 말이다.

만남과 대화는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애써야 한다.

내 생각만이 답이라 생각하는 이는 자기 아집에 귀를 닫고 입만으로 산다.

너를 만나 대화하지 않는다.

너에게 명령한다.

만나서 제대로 대화하기 위해

제대로 더불어 있기 위해

나는 나의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너를 품을 자리를 위해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아집에서 벗어나는 만큼

나 역시 그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

너를 만나 너와 대화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만남과 대화 가운데

제대로 내가 될 수 있다.

제대로 우리가 되었기에.

만나 대화함, 

바로 그것이 우리다.

만나 대화함은 애써야 한다.

우리도 애써야 있게 되는 행위이며 애씀이다.


2023. 05. 19     

유대칠

씨앗을 뿌린 땅에 비가 내린 어제와 오늘

서재에서 글을 쓴다.



사과 유대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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