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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May 25. 2023

깨우침

너와 더불어 있을 자리를 마련하는 것

깨우침

: 너와 더불어 있을 자리를 마련하는 것     


나는 나의 ‘없음’을 모른다.

그저 나의 ‘있음’만이 당연하다 고집한다.     

싯다르타가 죽었다.

그의 죽음을 제자에게 알렸다.

제자는 울었다.

제자의 마음에 싯다르타는 있기만 하다.

없지 않다.

그러니 그 마음대로 있기만 하길 바란다.

죽어 사라지면 

힘들다. 

있어야만 하니 말이다.

싯다르타는 자신의 죽음 앞에

우는 제자에게 말했다.

자기 자신도 그저 없다가 있다가 다시 없어지는 빈 것일 뿐이라 말이다.

그러니 항상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묶여 있지 말라고 말이다.

그건 사실 그저 자연히 일어나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주 모든 것은 다 사라진다.

더 정확히는 원래 없던 거다.

나는 우주의 탄생 이후 영겁의 시간 동안 없었다.

나의 없음이 당연했다.

그러나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있다가

다시 영원히 없어진다.

영원히.

나의 있음은 결국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찰나의 무엇이고 

더 오래고 오랜 시간

나는 없었고 

없을 거다.

싯다르타 역시 다르지 않다.

결국 깨우침이란 이런 거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나는 

없다가 

있다가 

다시 영원히 없을 것이다.

나도 너도 우리도 말이다.

참으로 깨우치면 

영원히 있으려는 아집

무엇인가 더 가지려는 아집

이 모두가 그저 허망하다.

나의 있음마저 결국 사라져 없어질 것인데 말이다.

깨우쳐 결국 이루는 해탈

그것은 나의 있음에 대한 집착에서 마저 자유로워지는 거다.

어쩌면 그때 

나는 나의 아집 밖

홀로 우는 너의 곁에서 

너와 더불어 아파할 자리를 내 안에 두게 될 것이다.

허망한 욕심에서 벗어나

제대로 우리를 이루게 될 자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2023. 05. 25

유대칠

소설 하나 읽다가... 

적어본다.



금호강가에서 2021 유대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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