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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May 28. 2023

어우러짐

우리의 참모습

어우러짐

: 우리의 참모    


여러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재료는 자신의 본질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여러 재료가

더불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다.     

김치를 보자.

배추는 자신이 배추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고춧가루 역시 자신이 고춧가루임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많은 재료 모두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의 본질

각자의 무엇임을 포기하지 않을 때

김치는 김치가 된다.

만일 배추가 배추임을 포기한다면, 

고춧가루가 고춧가루임을 포기한다면,

김치가 되겠는가?

아니다.

흩어진 맛의 이상한 무엇이 되었을 거다.     

다른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집을 보자.

벽돌이 벽돌의 무엇임을 포기하지 않을 때

철근 역시 철근의 무엇임을 포기하지 않을 때

집은 제대로 된 집이 된다.

만일 

벽돌이 자신의 무엇임을 포기해 버린다면

철근 역시 자신의 무엇임을 포기해 버린다면

집은 무너지고 만다.

그게 모든 있는 것의 이치다.     

서로 다름이 

서로 다름으로 

자신의 다름에 

당당히 

충실할 때

그 다름은 외롭지 않고 

더불어 

더 단단한 무엇이 된다.

김치처럼 

집처럼     

하나로 통일되어 버린 무엇보다

그렇게 

서로 다른 다양한 다름이 

당당히 자기 다름을 자랑하는 곳

그런 곳에서 

더 단단한 무엇을 보게 된다.

배추만이 승리자가 되어 

고춧가루와 다른 모든 재료를 배추로 만들어버렸다면

김치가 될 수 없다.

벽돌만이 승리자가 되어

철근과 다른 모든 재료를 벽돌로 만들어버렸다면,

그 역시 집이 될 수 없다.     

‘나’라는 고춧가루는 배추라는 ‘너’를 만나 김치가 된다. 

‘나’라는 철근은 벽돌이란 ‘너’를 만나 집이 된다.

만남이란 하나로 획일화됨이 아니다.

각자의 다름을 유지하며 

더불어 있음이다.

나와 다른 너를 지우고 

나를 강요하는 걸 

만남이라 하지 않는다.

우리라고도 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네가 

당당하게 다름으로 있는 곳에서

나도 너도

당당히 우리가 될 수 있다.

더 단단한 우리가 될 수 있다.     

어우러짐, 

나의 다름도 

너의 다름도

서로의 다름을 포기하지 않는 

그 어우러짐,

그 어우러짐이 

바로 우리다.

그 어우러짐의 아름다움이 바로 

우리의 아름다움이다.     


2023년 5월 27일

유대칠

약간의 편두통과 함께 글을 적는다.



나의 침구들 2022년 유대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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