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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n 01. 2023

'적당한 거리'

모두의 있음을 위한 조건

적당한 거리

: 모두의 있음을 위한 조건     


우린 더불어 사는 법을 망각하며 살았다. 

더불어 산다는 건 

너무 가까이 사는 게 아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는 거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산다는 것은

남이 된다는 말이 아니다.

생각과 종교가 다르고 

서로 이해하기 힘든 생각으로 

각자의 삶을 산다 해도

적당한 물리적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해도 

남이란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적당한 거리 속에서 

나는 나로 있을 충분히 자리를 마련하며 

너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도 나로 있을 자리에서 

충분히 건강한 나로 있어야 한다.

그때 나도 제대로 너를 만날 수 있다.

너와 다른 

생각과 종교로 살아가는 게 

바로 나다. 

그런 나와 더불어 있을 때

너와 나는 우리가 된다.      

숲을 보자.

나무는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산다.

너무 가까이 있으며

더불어 살 수 없다.

큰 나무는 홀로 햇빛을 차지할 것이고

작은 나무는 그 그늘에 가려 

제대로 살지 못할 거다. 

그렇다고 

큰 나무 홀로 행복한 것도 아니다.

더 큰 먹을 것이 되었으니 

더 많은 벌레와 동물이 그 나무만을 향할 거다.

결국 모두가 죽게 된단 말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모두 햇빛을 고루 나누고

숲의 벌레와 동물도 고루 이 나무 저 나무 다니면

숲은 

서로 자기 내어줌으로 

더불어 있는 곳이 된다.     

부모라고 

선생이라고

함부로 가까이 있으라 강요해선 안 된다.

함부로 내 생각대로 나의 눈앞에 있으라 강요해선 안 된다.

결국 

자기 명령과 

자기 생각대로 있으라는 강요일 뿐이다.

그건 폭력이다.

적당한 거리감,
 그것은 

내 생각과 다른 너

내 기대와 다른 너

그런 너를 당연시함이다.

나와 적당히 떨어진 거리감, 

그 가운데 

너로 있는 너,

그게 바로 진짜 너다.

내가 만나 우리가 되어야 할 진짜 너 말이다.

더불어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조건 속에서 가능하다.

적당한 거리, 

그만큼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2023년 6월 1일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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