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을 쓸 때...

by 유대칠 자까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첫 책을 제안받고

계약서란 걸 쓰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당장

첫 단어가 힘들었다.

어떻게 시작하지.

다른 이의 경우는 모르겠다.

나는 첫 단어는

거의 전부다.

첫 단어가 적히면

다음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 단어

다음의 단어

다음의 단어

다음의 단어

그렇게 복잡한 생각 없이

이어가면 된다.

물론 이것이 힘들다.

하지만 첫 단어를 적는 것에 비하면 쉽다.

별 것 아니다.

첫 단어 그것이 가장 힘들다.

너무 화려하고 거창한 단어는 아니다.

그 화려하고 거창함에 하려는 말이 지워질 수 있다.

지워지는 것 없이

그 단어가 읽는 이의 마음에 박힐 수 있게

더하지 않고

빼고 뺀다.

딱 그 단어만 남아 전해지게.

그렇게 책을 적고

출판사의 제안과 교정을 걸치면서

결과적으로

나의 첫 단어는

위치가 달라졌다.

편집자의 제안은 전문가의 제안이니 수용한다.

위치가 달라졌지만

지워지지 않고

여전히 박혀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이들의 글을 종종 보며

그 단어가 그들에게도 박혀 있음을 볼 때가 있다.

됐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첫 책...

출판사로부터의 첫 제안

그리고 첫 계약서...

그 설렘...

평생...

단 한 번의 경험...

그리고 그 첫 단어...

잊히지 않는다.


2023년 5월 26일

유대칠



IMG_20220505_040238_779.jpg 나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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