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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n 16. 2023

진에(瞋恚)

나는 나를 미워하고 나에게 성을 내며 이렇게 살고 있다. 

진에(瞋恚)     


무엇이 되고자 하면, 지금의 나는 그 무엇이 아닌 나다. 무엇이 아니라서 무엇이 되기 위해 시작이란 것을 한다. 그 무엇이 되기 위해 말이다. 그런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관념이 현실이 되긴 사실 불가능하다. 관념의 나, 그 무엇이 된 나는 한없이 대단해 보인다. 그 대단한 나를 위해 애쓰고 또 애쓴다. 그러나 관념 속 그런 내가 현실에 있을 순 없다. 현실의 나는 항상 그 무엇이 되지 못한 그런 나다. 그 무엇이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어쩌면 이루어지지 않는 꿈으로 나는 실패한 내가 된다. 항상 나는 그것이 아닌 나로 있으니 말이다.     

아집은 무엇이 되고자 하는 내 마음이기도 하다. 그 아집이 단단하면 관념이 아닌 지금의 나는 참으로 못마땅하다. 화가 난다. 그렇게 노력해도 이것뿐이니 내 모든 게 만족스럽지 않다. 거기에 부모도 선생도 온 사회도 바로 그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니 더 화가 난다. 그들 모두에게도 나는 실패자이니 말이다. 아집이 단단해지면 아내 내 존재 자체가 부끄럽다. 그러니 더 화를 낸다. 남은 것은 실패자의 부끄러움뿐이니 말이다.     

‘진에(瞋恚)’라는 말이 있다. 미워하고 성내는 마음이다. 만족을 모르니 미워하고 성낸다. 무엇이 되고자 하는 순간부터 우린 너무나 쉽게 만족을 모른다. 항상 조금 더, 그리고 조금 더, 그렇게 만족을 모르는 삶을 살아간다. 결국 욕심이 이끄는 삶, 그 무엇이 되려는 아집에 사로잡힌 삶을 살아간다. 그러니 너무나 쉽게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것은 미워하고 성을 낸다.      

관념 속 자신은 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 관념 속 자신이 현실의 자신을 지배하는 순간,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않고, 모든 것이 실망스러우며, 걱정할 것만 가득할 뿐이다. 자본의 세상, 권력의 세상, 결국 드러남의 세상, 자랑의 세상, 과시의 세상, 만족하며 멈추면 누군가 자신을 지나쳐 더 많은 자본과 더 강한 권력을 가질까 두려운 세상, 그 두려움이 싫어 만족 모르고 살아가며, 미워하고 성내기가 일상인 세상, 지옥이 따로 없다. 그냥 여기가 지옥이다. 결국 만족과 불만족도 없는 비움만이 답이다. 무엇이 되기 위한 삶이 아닌 아무나가 되어 사라져 가는 게 답이다. 그런데 이것이 참 쉽지 않다. 그렇게 우린 또 우리 자신에게 실망하고 미워하고 성을 내며 하루를 살아간다.     


2023년 6월 15일

유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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