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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n 18. 2023

무탐(無貪)

아직 나도 너도 만나고 있지 않다면

무탐(無貪)     


나는 나를 만난 적이 있는가? 자본의 세상, 권력의 세상, 더 많은 자본과 더 강한 권력을 향하여 달리는 세상, 나는 만족 없이 더 많은 자본과 더 강한 권력을 향하여 달려야만 하는 존재, 아직 이루지 못한 실패자, 아직 더 달려야 하는 실패자, 이런 나를 마주하는 순간, 실패자의 모습으로 초라한 나만 마주하게 되는 지금, 나는 어쩌면 나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모른다. 마주한 나는 부정되어야 하는 나이기에 말이다.      


탐욕(貪慾)을 버리란 말은 더는 나의 밖과 다투며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싸우는 삶을 멈추라는 말도 되지만, 이제 그 탐욕 속 불쌍하게 쪼그리고 앉은 자기 자신을 안아주란 말이 된다. 얼마나 힘들게 지금 그 자리까지 자기 자신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온 그런 자기 자신을 안아주란 말이다.      


돈을 위해, 가정을 위해 이런저런 것을 포기하게 만든 무언(無言)의 폭력, 아예 공개적으로 꿈을 좌절토록 만든 언어의 폭력, 나로 살기 위한 나를 향한 어떤 상상도 허락되지 않은 폭력, 그 폭력 속에 결국 나에게도 안기지 못한 나, 쪼그리고 앉아 실패자, 죄인이 되어 버린 나, 그런 나를 안아주기 위해 탐욕을 버리란 말이다.      


출가(出家), 출가란 바로 그런 탐욕의 공간으로부터의 벗어남이다. 진짜 나를 안아주기 위한 첫걸음이다. 정말 집에서 나가란 말이 아니다. 그 탐욕으로 자기 자신을 보기도 말고, 자기 자신을 탐욕으로 보는 이들로부터 자신을 떨어뜨리란 말이다. 그때 바로 그때, 자기 자신을 안아줄 수 있기에.     


‘무탐(無貪)’이란 말이 있다. 탐욕이 없는 곳, 나는 나를 만나 안을 수 있다. 탐욕이 없는 곳에 나는 나 아닌 너를 만나 너와 우리를 이룰 수 있다. 제대로 더불어 있을 수 있다. 탐욕이 없는 곳, 나는 나의 비어 있음 속에서 무엇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나를 느끼게 된다.      


지금도 자기 자신을 만나 안아주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을 향한 그 오랜 탐욕의 폭력이 아직도 자신을 사로잡고 있다면, 탐욕에서 벗어나자. 출가의 길을 가자. 무탐, 바로 그곳에서 나는 나를 만나고 너를 만나 더불어 미소 지을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2023년 6월 18일

유대칠




제주에서 2023년 사진 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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