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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대칠 자까 Jun 21. 2023

출가(出家)

너는 네가 되어 너의 삶을 살아라. 

출가(出家)     


무엇이 되라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듣던 말이다. 이런 사람이 되고 저런 사람이 되고, 하여간 무엇이 되라고 한다. 군사 독재자의 시대, 아이들은 장군이 되고 싶었다. 그 말에 어른들도 무언의 동의를 했다. 장군이 되고 싶다는 말은 강자가 되겠다는 말이니 말이다. 남을 이기고 남의 앞에 서는 사람이 되겠다는 말이니 말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만드는 것을 부모의 일이라 생각한 이들도 많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남과 다른 삶을 어려서부터 가르친 거다.      


무엇이 돼라 무엇이 되어야 한다. 결국 이런 말은 누군가의 삶을 규정하는 말이다. 그 규정은 어느 순간 그의 기준이 된다. 그가 정말 무엇을 바라는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시기, 이런 강요된 기준은 그의 삶을 완전히 앗아가 버리기도 한다. 그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참아야 하는 무엇이고, 명령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방식이 되어 버리기도 하니 말이다.      


무엇이 되라며 자꾸 자기 욕심과 대단하지 않은 자기 답을 강요할 게 아니라, 자신을 떠나 그의 삶을 살게 하는 게 부모다. 그게 선생이고 그게 정말 제대로 된 응원이다. 나의 욕망과 나의 답을 강요하여 그의 존재라는 빈자리에를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의 힘으로 그 빈자리를 채워가게 돕는 거다. 명령이 아닌 대화로 그의 도움이 답이 아닌 조언으로 함께 하는 정도가 부모의 일이고 선생의 일이다.     


출가(出家)라는 말이 있다. 세상이란 욕망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비우며 살아가는 삶의 시작이다. 꼭 절이나 수도원의 수도자가 될 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출가는 필요하다. 부모와 선생이 만든 욕망의 구조에서 벗어나 그 모든 것을 비우고 온전히 새롭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자유로이 자신이 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자기 삶의 진지한 구도자(求道者)가 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구도자가 구하는 그 길은 빈 마음으로 그가 궁리하며 나아가야 한다.      


부모가 사라진 자리에도 세상의 욕망은 우리에게 명령한다. 이렇게 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 스스로 실패자로 여기게 만든다. 출가가 필요한 시기다. 명령이 아닌 자기 자신의 길을 위해 비울 차례다. 장군이 돼라 부자가 돼라, 이런 말보다 영겁의 시간, 단 한 번의 삶, 온전히 네가 되어 너로 살라 이야기할 때이고, 나 자신도 나에게 그리 다짐할 때다. 이곳의 이 힘겨운 명령에서 자유로이 살기 위해.     


2023년 6월 21일

유대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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