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모두에게 고루 있다.
헤라클레이토스 조각글 B2
헤라클레이토스 조각글 B2
“이치(τοῦ λόγου)란 모두에게 두루 있는 것(ξυνοῦ)인데 많은 이들은 슬기(φρόνησιν)란 자기 자신의 소유물(ἰδίαν)이란 듯이 살고 있다네.”
διὸ δεῖ ἕπεσθαι τῷ (ξυνῷ, τουτέστι τῷ) κοινῷ· ξυνὸς γὰρ ὁ κοινός. τοῦ λόγου δὲ ἐόντος ξυνοῦ ζώουσιν οἱ πολλοὶ ὡς ἰδίαν ἔχοντες φρόνησιν.
(디오 데이 헤뻬스타이 또:이 (끄쉬노:이 뚜:떼스띠 또:이) 꼬이노:이 끄쉬노스 가르 호 꼬이노스. 뚜: 로구: 데 에온또스 끄쉬누: 즈도:우:신 호이 뽈로이 호:스 이디안 에콘떼스 프로네:신)
: Sextus Empiricus, Adversos mathematicos, VII 133
읽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렇다. 꼭 자기 자신만 슬기의 힘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답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그 처한 상황이 서로 다르기에 서로 다른 답을 가지고 산다. 서로 다른 답 가운데 어느 하나는 정답이고, 또 다른 어느 하나는 오답이고 그러지는 않는다. 각자 서로 다른 자기 삶에서 소중한 뜻을 가진 귀한 답이다. 굳이 오답을 이야기하라면, 모두 두루 가진 그 이치의 보편성을 무시하고 자기 자신만 홀로 답이라 고집하며 그 고집이 만든 아집의 성벽 속에 언제라도 남을 조롱할 준비를 하고 사는 이들, 그렇게 남을 무시하며 살아가는 이들, 자기 생각 밖은 생각이 아니란 차가운 생각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답, 그 답이 오답이다.
아마존 어느 사람들은 남녀가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다. 나만 사랑하라 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모두 공동 육아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은 처음부터 관심도 없다.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않는다. 때마다 생존하며 삶을 즐기는 방법을 가르칠 뿐이다. 그것을 배울 뿐이다. 하기 싫은 일을 굳이 하려 하지 않는 이를 조롱하지 않는다. 그들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생각과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도 그의 방식으로 공동체에 일조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밀림 속에서 힘센 야수와 싸워 힘겹게 사냥해 온 것을 사냥에 참여한 이들만 가지는 게 아니라, 모두 나누어 먹는다. 그 힘든 사냥이 체질이 아니라며 청소일로 함께 하는 이도, 텃밭을 가꾸는 이도 모두 나누어 먹는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우린 일부일처제가 아닌 그들을 두고 미개하다 부르기도 하고, 수학이나 철학을 모르는 그들을 두고 무식하다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린 그들에 비하여 엄청난 스트레스로 살아간다. 그리고 웃고 있지만 엄청난 우울증으로 웃으며 살지 못한다. 그들보다 더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더 강한 힘을 가진 채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우울함에 힘겨워한다. 과연 누가 지옥을 살고 있는가?
그들은 각자의 생각과 그 생각으로 살아가는 각자의 모습을 존중한다. 그러니 그들은 각자의 모습으로 행복할 수 있다. 우린 그렇지 못하다. 우린 각자의 모습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처음부터 배우지 못했다. 너무나 슬프게도. 그러니 우린 누군가의 시선 앞에서 만족스러운 존재로 살아가는 법만을 익히고 살아갈 뿐이다. 내가 만족하는 나, 내 생각으로 살아가는 나, 나다운 나가 아닌 모든 것을 판단하고 말없이 지시하는 타인의 시선에 알아서 순종할 뿐이다. 그리고 나 역시 어느 순간 바로 그런 독재자가 되어 나와 나 아닌 이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너무나 슬프게도.
이성은 모두에게 고루 있다. 나도 너도 그리고 우리 모두. 그리고 그 이성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답으로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가려한다. 단지 우리가 그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나도 나로 있음에 만족하고 나도 너의 있음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고 강제하지 말자. 천국은 그렇게 이 땅에 이루어질 것이다.
유대칠 씀
